▲ 장경우(가평 세계캠핑대회 조직위원장)
지난해 말 충북 충주시 탄금호에서는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조정'이라는 비인기 종목 탓에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아시아 20개국 5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한 이 행사는 지자체 독자적으로 성공적인 국제대회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충주시는 호반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대회유치로 국제적 조정메카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에 열리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에도 나선다고 하니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자체를 실시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중 하나가 지역별로 열리는 다양한 행사와 축제다. 연간 국내 지자체들이 개최하는 행사만 1천여개가 넘는다고 하니 실로 '축제의 물결'이라 할만하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행사 주최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금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에서는 자동차 캠핑장 조성이 한창이다. 올 여름 전 세계에서 1만여명이 참여하는 '2008 가평 세계캠핑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세계인들이 11일간 캠핑용 자동차와 텐트, 통나무집 등에 머무르면서 자연 속에서 문화를 나누고 우의를 다지는 '지구촌 문화올림픽'이다. 74회째를 맞는 이번 가평대회에서는 세계캠핑연맹 총재 선출 및 다음 개최지를 선정하는 '총회'도 아시아 최초로 함께 열려 더욱 뜻 깊다.

앞서 말한 대로 충주가 조정메카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가평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캠핑메카를 꿈꾸고 있다. 가평은 청평호반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서울·경기·강원을 아우르는 지리적 이점, 서울에서 40분대에 진입 가능한 거리, 2009년 개통되는 경춘선 복선전철과 경춘고속도로 등 기본 입지여건이 뛰어나 시설 조성만 잘 된다면 향후 캠핑문화의 중심지로서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지금도 수도권 시민이 즐겨 찾는 레저도시이니 말이다.

가평군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자라섬을 하나의 캠핑섬으로 조성하는 '자라섬 생태공원 개발'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소모적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로 타 시도와의 차별화와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가평은 이미 자라섬을 황무지에서 환상의 땅으로 바꿔놓은 경험이 있다. 2004년부터 매년 가을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이곳에서 열면서 지난해까지 2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것이다.

올 여름 캠핑대회 개최 이후 자라섬은 자동차 캠핑문화와 재즈선율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 에코 휴양지로 떠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가평은 지자체 성격에 맞는 성공적 행사개최와 향후 활용으로 다른 지자체들에 하나의 모범선례가 될 것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여는 수많은 행사 가운데 생산적인 것은 불과 10%라고 한다. 일부 시에서는 무분별한 행사·축제 진행이 도를 넘어, 시민과 지자체 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혈세를 낭비하면서 치러지는 불필요한 동네잔치를 보며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충주와 가평의 예처럼 지자체의 위상 확보와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특성화 행사를 유치한다면, 지역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지역홍보를 위한 의미 없는 행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각 지자체들은 다른 지자체와 해외지역의 성공사례들을 꼼꼼히 검토해 각자의 특성에 맞는 행사 개최를 통한 국제적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