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 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
자동차 마니아인 모 교수는 한달여 전 분당~수서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차로 부터 추돌을 당해 그 교수의 승용차가 반파됐음에도 천우신조인지 고가의 외제차 덕분인지 그는 가벼운 경상만 입었다. 정작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웬만한 국산 중형차 구입가와 맞먹는 수리비는 고사하고 차 수리가 언제 끝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정비공장에서는 부품이 외국 본사로부터 공급돼야 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가늠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사 영업직원은 사고차보다 두 배나 비싼 외제차를 렌트해다 주며 하루 대차료가 40만원인데 1개월 사용분만 보험사가 부담한다고 했다. 한달이 다 돼 정비공장에 문의했더니 아직 부품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나머지 렌트비는 공장측에서 부담하는바 걱정말고 그 차를 계속 사용하라고 했다. 그 교수는 원님 덕에 나발 부는 행운(?)을 얻었으나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이렇게 낭비해도 좋은가하며 개운치 못하다고 했다.

자동차 보험료 책정 기준이 되는 보험손해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보험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적정손해율은 72% 내외이다. 즉 보험회사가 계약자들로부터 보험료로 100원을 징수해서 72원을 사고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면 그런대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근자들어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됨으로써 손해율은 많이 제고됐으나 지난해 평균 78%로 손해보험사들의 적자 경영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주 5일 근무제 확산 및 카파라치제도 철폐 등에 따른 교통사고가 점증하는 탓이다.

고급 외제차의 범람은 설상가상이었다. 최근 외제차는 연평균 25%이상 급격하게 늘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2%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차량대물보험료는 2006년 2조7천여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5년동안 대인 및 자손담보 보험금 지급은 연평균 3.8%씩 증가하는 반면에 차량 대물보험금 지급은 무려 14.3%씩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금 중 차량수리비·대차료 등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이유다.

보험관련 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주목된다. 차량정비시 멀쩡한 부품을 교체하거나 혹은 재생부품 등 불량 제품을 사용하고도 순정부품을 교체한 것처럼 정비비를 부풀리는 고약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터에 외제차에 대한 수리비 기준도 없어 보험료가 얼마나 부당하게 빠져나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렌트비의 과다 청구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견인차 운전자들이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에 인계해주는 대가로 받는 알선료 즉 '통값'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런 식으로 3천억원이 정비업체 등에 부당 지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이롱환자'들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단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 정도를 불문하고 무조건 입원하는 행태다. 동네 병·의원들의 과잉진료도 한몫 거들고 있다. 차사고 피해자 입원 비율이 우리나라의 9분의1에 불과한 일본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손보협회는 과잉진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매년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도덕적 해이도 손해율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번 삼성특검에서 삼성화재는 고객돈 60억원을 부당하게 빼돌려 차명계좌로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제일화재·흥국쌍용화재·그린화재 등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차료(렌트비) 등 231억원을 뒤로 챙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료는 아무나 먼저 빼먹는 자가 임자다. 적자가 발생하면 보험료를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외제차 범람과 관련, 보험금이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언제나처럼 행차 뒤에 나발 부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저래 자동차보험 가입자들만 고단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