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가 생각난다." "중3, 고3인 아이들이 생각난다."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24일 오전 9시30분부터 11시10분까지 의정부 교도소내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미술치료 과정에서 표현된 성범죄자들의 감정이다.

경기도 제2청과 의정부교도소가 성범죄 재발방지를 위해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미술치료(경인일보 4월9일자 17면 보도)에서는 9명의 재소자가 참석했으며 문장완성검사(SCT), 그리기, 꾸미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치료사와 재소자간 의사소통을 위해 '나뭇잎', '산', '구름', '금복주', '헬로' 등 다양한 별명(호칭)이 지어졌다. 치료사가 이름이나 수감번호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에 고안된 것이다.

이후 진행된 문장완성검사에서는 다양한 표현이 나왔다.

당초 50개 항목이었지만 대상자들의 특수성을 감안, 예민한 항목을 제외한 23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문장완성검사라는 제목도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문장완성하기'로 바꿨다.

'어머니와 나는'-새로운 삶이다. 어머니는 나만 보면 항상 많이 우신다. '언젠가 나는'-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출소후 가족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때론 백지도 있었다. "아직 익숙지 않은데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럴 수 있다"는 게 윤희경 미술치료사의 설명이다.

그리기에서도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에 '태백산에 괴목' 등 다양하게 제목을 붙였으며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물론 백지도 있었다.

최병삼 미술치료사는 "지금까지 다양한 대상이 있었지만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하기는 처음"이라면서 "테마별로 폐쇄된 자신을 끌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정서상태, 답답함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치료과정에서는 '꾸미기'가 눈길을 끌었다.

꾸미기는 하얀 종이위에 먹물을 떨어뜨려 입바람으로 불어 밑그림을 만든 뒤 그 위에 한지를 손으로 찢거나, 접어 원하는대로 붙이는 과정이다.

먹물과 한지는 마음속에 가둬져 있는 것 등을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다는게 치료사들의 설명이다.

이날 미술치료에 참가한 치료사들은 "이번 치료를 통해 단 한사람이라도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진행돼야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진정한 성범죄 예방을 위해 출소후에도 계속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미술치료는 이번이 처음으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10회에 걸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