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발생률도 떨어질뿐 아니라 고치기도 어려워 천형과도 같은 질환이다. 때문에 막대한 의료비 외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져 본인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일본의 경우 1972년부터 희귀질환을 국가에서 관리하기 시작, 의료적 지원·요양·복지를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시작해 현재 89종의 희귀질환에 대해 의료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대상과 규모도 미미할 뿐 아니라 지원내역도 의료적 차원에만 그치고 있어 실제 환자들의 요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 '희귀질환'이란?

희귀질환(rare disease)은 유병률이 2만 명 이하의 질병을 말하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약 5천종이 넘는 희귀질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의 유병률이나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희귀질환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질환 자체가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의료진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제가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한 희귀질병인 경우에도 약품의 수입 및 유통이 잘 되지 않아서 치유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희귀질환별 증상 및 치료

■ 베체트병 = 베체트병이란 1937년 터키의 피부과의사인 훌루시 베체트(Hulusi Bechet, 1889~1948)가 입이 자주 헐고 성기 부위가 헐며, 눈에 염증이 반복되는 증상을 하나의 질병증후군으로 정의함과 동시에 바이러스 원인설을 제시함으로써 본 질환이 베체트증후군으로 명명된 질환이다.

본 질환에서 나타나는 최초의 주증상은 약 80% 이상이 구강궤양이다. 구강궤양의 임상증상은 궤양을 덮는 노란 점성의 막을 보이는 것이 혀, 잇몸, 구강 내 점막, 입천장, 편도선, 식도에 걸쳐 나타나며 발생횟수도 한달에 1~2번에서부터 1년간 계속 나타나는 경우까지 다양하며 피부증상으로는 피부가 잘 곪으며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발병하는 베체트병 환자의 30%는 눈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눈에 염증이 생기는 형태로 포도막염, 홍채염, 망막혈관 침범 등이 반복하여 발생되면서 실명을 초래하게 된다. 눈의 증상은 양쪽 눈에 동시에 오며 증상이 온 이후 3~4년 경과 시 현저한 시력손실을 보인다. 이밖에 심장혈관계, 소화기계, 중추신경계, 호흡기계, 비뇨기계 등 전신적으로 여러 장기를 침범하여 임상적으로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어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요구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 치료 = 치료제로 여러 가지 약제가 쓰이고 있음은 그만큼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스테로이드 남용이 문제되는데 베체트병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유발요인, 임상양상, 환자의 면역상태에 따라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눈의 증상이 진행될 때는 사이클로스포린의 사용이 커다란 도움이 되며 탈리도마이드, 감마인터페론 등의 보조요법도 소개되고 있다.

 
 
■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
ALS는 뇌간 및 척수에 있는 하운동신경세포와 대뇌 피질과 상운동신경계가 손상되어 근위축, 근력약화 등이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계 병변. 대뇌 및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운동신경원질환'으로도 불리며, 1930년대 이 질병을 앓았던 운동선수의 이름을 따서 'Lou Gehrig(루게릭)'으로도 불린다. 인구 10만명당 2~6명이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글루타민산 과잉설, 환경설, 신경영양인자 결핍성, 가족성·유전성설 등이 있다.

병이 시작된 후 대부분 2~5년 안에 호흡마비로 목숨을 잃는 무서운 병이다. 일반적으로 팔다리 근육보다 얼굴 근육에서 시작하는 환자들이 더 일찍 목숨을 잃는다. 점차적으로 팔다리와 얼굴 주위의 근육이 마르고, 힘이 없어지며 또한 근육이 뛰는 증상이 나타나며, 동시에 팔다리를 움직일 때 뻣뻣해진다. 그러나 감각신경은 이상이 없어 저리거나 아프거나 하는 감각증상은 없고, 의식은 명료하고 안구운동장애나 배변 및 배뇨 장애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치료 = 아직 병의 진행을 막거나 병을 호전시키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다만 릴루졸(riluole)이란 약이 있어 미미하나마 생존율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여러 가지 보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움직임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호흡에 이상이 생기면 인공호흡기를 달게 된다.

■ 레트증후군 = 레트증후군이란 여자아이에게만 발병하는 일종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퇴행성 신경질환. 생후 1세 무렵까지는 정상적으로 발달하다가 언어의 퇴행이 심해지면서 점차 걷기 힘든 증상이 뚜렷해지고 손에 미세한 떨림이 나타나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한숨을 쉬는 모양이 자주 나타난다. 2~3세에는 레트증후군의 특징적인 증상인 양손을 비비며 손을 씻는 듯한 현상이 나타난다. 5세 무렵에는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서거나 말하거나 손을 이용할 수 없다. 자폐증적인 행동과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는 질병의 진행이 멈춘다. 이 증후군은 거의 유전되지 않으며, 유전되더라도 병이 발생하지 않기도 하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X 염색체 우성의 방식으로 유전되어 남아는 태아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춘기나 20대에는 사망한다. 심장의 부정맥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기도 한다.

- 치료 = 치료는 경련을 일으켰을 때 항간질제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레트증후군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 아주대병원서 31일 희귀질환 심포지엄

▲ 아주대 김현주 교수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유아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아주대병원 유전질환 전문센터(센터장·김현주 교수)와 한국희귀질환연맹(KARD)이 오는 3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아주대병원 별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제9회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조성 심포지엄' 및 '한국희귀질환연맹(KARD)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조성 심포지엄'은 희귀ㆍ난치성질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2000년부터 매년 5월 넷째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심포지엄은 해를 거듭하며 우리사회에 희귀질환의 특수한 상황을 알리고 치료의 지원뿐 아니라 희귀질환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증대시키고 의료, 복지, 특수교육 등 각 분야에서 지원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 왔다. 올해는 사회적 이슈인 '희귀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주제로 다룬다.

1부에서는 '희귀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제로 희귀질환의 연구지원 현황(김현주 아주대병원 유전질환 전문센터장)등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 이어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와 의료복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2부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 관련 전문가, 일반인 등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문의:(031)216-9230), 이메일(raredisease@hanmail.net)

<도움말: 김현주 아주대병원교수·유전질환 전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