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간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이에 대비하는 자세나 대책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물론 국가에 따라 예방조치 및 대비태세를 비교적 잘 갖춘 나라도 있지만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야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대체로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가 보아 온 형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자연재해와 전염질병 등을 단순히 '신(神)의 행위'가 아닌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예방조치 마련과 대비책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최근에 나타나는 자연재해는 과거와 달리 인간에게 주는 피해 범위가 엄청나 과거의 사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는 점이다. 이번에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이나 중국을 강타한 지진의 규모와 피해는 모두 세계 기록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재해와 전염질병이 21세기형 안보위협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결국은 국가안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개개인 삶의 질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태풍과 중국의 지진으로 수만명이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당했으며 또한 수백만명이 집을 잃고 생활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났다는 사실은 자연재해가 어떠한 재래식 전쟁이나 무력갈등보다 더 인간에게 고통과 아픔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끝으로, 우리가 21세기형 안보위협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자연재해가 앞으로 더 자주, 그리고 더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미 일부 전문가 및 학자들은 이번에 중국과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과 태풍은 앞으로 지구에 닥칠 더 큰 자연재해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는 인간이 과거 오랫동안 과도한 산업활동으로 자연환경에 대해 저지른 기후변화의 결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985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영향평가회의에서도 산업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CO₂)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과다한 배출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며 기후변화는 해수면의 상승은 물론 초대형 폭풍이나 한발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경고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경고와 예측을 사람들이 전혀 심각히 인정하지 않고 예방조치와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므로 사람들이 즉각적인 관심을 쏟지 않고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과 관련, 최근 발간된 해외언론 타임지는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에 소재한 웁살라 빙하의 76년 전 사진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해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즉, 76년 전 찍힌 웁살라 빙하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뒤덮여 있었으나 최근의 사진은 이 빙하가 완전히 녹아 호수로 변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변화 그리고 기후변화는 그동안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진행되었으나 이것이 장기간 축적될 경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의 기후변화는 이제 그 속도가 서서히가 아니라 급격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즉, 지난 80년간의 변화는 이제 진행속도가 빨라져 똑같은 변화가 10년 또는 20년 이내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자연재해를 포함한 모든 새로운 21세기형 안보위협이 물론 전적으로 기후변화로부터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까지 목격해 온 기록적인 지진과 태풍 등이 더 큰 자연재해를 시사하는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앞으로 환경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