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잭은 카지노에서 딜러와 승부를 겨루는 도박이다. 게임자가 받는 카드는 2장+알파(α). 숫자의 합이 21점을 넘지 않으면서 딜러의 패보다 21에 가까우면 승자가 된다.

   게임의 묘미는 게임자가 추가 카드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들춰져 있는 카드를 보고 다음 카드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패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 '21'은 블랙잭 게임을 소재로 하는 오락영화다. 제목은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블랙잭'으로도 불리는 점수 21을 뜻한다.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를 졸업하고 하버드 의대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벤(짐 스터져스)은 일탈없이 살아온 모범생이다.

   낮에는 책과 씨름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에 열심인데다 쉬는 시간에도 비슷한 모범생 친구들과 로봇 제작대회 준비에 열중할 정도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도 없다.

   최고의 입학성적에 성실함과 천재적인 계산 능력까지 갖췄지만 그는 평생의 꿈이던 하버드 의대에 입학하지 못할 위기다. 3억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할 처지인 것.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못하고 장학 재단에서는 "당신이 살아온 삶은 너무 평범하다"며 장학금 지급을 거부한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어느날 들어온 제안은 MIT 대학의 '블랙잭 팀'에 합류하라는 것. 왕년의 갬블러인 공대교수 미키(케빈 스페이시)가 그의 계산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미키 교수는 그와 다른 팀원들에게 블랙잭 게임에서 앞으로 나올 카드와 자신의 승률을 예측하는 '카드 카운팅' 기술을 가르친다. 팀원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하며 암호를 통해 카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니 일종의 사기를 치는 셈이다.

   벤의 도움으로 계속 거액을 따며 승승장구하는 일행. 처음에는 학비만 벌겠다던 벤은 점점 도박에 빠져 무리수를 두게 된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도박장에서의 활약에 집중하는 동시에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풍경을 눈요깃거리로 선사한다.

   문제는 스토리가 그다지 굴곡 없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다 블랙잭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으로서는 인물들의 두뇌 싸움에도 몰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던 영화는 후반부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만 모르는 뻔한 반전으로 치닫는다.

   호주 출신으로 '금발이 너무해'를 만들었던 로버트 룩케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출연했던 신예 짐 스터져스가 명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호흡을 맞췄다.

   19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