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이 이처럼 엄청나게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에 걸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때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인도·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들의 빠른 공업화에 따른 경유수요 증가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국내 경유값 폭등에는 우리나라 정부도 한몫 거들었는데 계기는 지난 2000년 에너지세제의 전면개편이었다. 환경오염 방지차원에서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점진적으로 높여 경유사용을 억제할 목적이었다.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국인 탓에 기후변화협약 강화움직임도 고려했으며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경유값을 휘발유값보다 높게 책정한 사례도 참고했을 것이다. 경유가격의 단계적 인상계획은 2004년 2차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구체화돼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비를 2004년 100:70에서 2005년에는 100:75로 그리고 2006년에는 100:80, 목표연도인 2007년에는 100:85로 확정했다. 최종목표치 100:85는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상대가격비였다.
유가자유화조치는 옥상옥이었다. 2001년 정부는 석유제품의 국내가격을 종래 도입원유가격에 연동시키던 것을 국제현물시장가격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차제에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휘발유가격보다 경유가격에 더 많이 전가시켰다. 불어나는 유류세에다 정유사까지 가세, 경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2005년 7월 현재 휘발유대 경유의 상대가격비가 100:75여야 했으나 이때의 실제 가격비는 이미 100:79로 차년도인 2006년의 목표치에 근접했으며 2006년 7월에는 2007년 목표치에 접근(100:84.04)하는 등 계획보다 1년이나 앞당겨 조기에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경유대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연말부터 국제경유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정부가 의도적으로 고환율정책을 유지한 탓에 국내물가 급등 및 사상초유의 경유값 역전을 야기하는 등 경유가 폭등을 초래했던 것이다. 수습대책은 '우는 아이 젖부터 물리는'식이었다. 지난 3월의 유류세 10%인하로 아까운 재원만 낭비했으며 사상최초의 유류세환급은 '언발에 오줌 누는' 격이니 말이다. 월 2만원도 채 안되는 환급금액에 화물차운전자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덕분에 유류세수입은 매년 기록을 경신중이며 지난해 정유4사는 사상최고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국내 경유값 상승이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 등은 ℓ당 630원으로 동결됐으나 경유세는 155원에서 454원으로 8년 만에 3배나 불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상대적 빈곤층인 경유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정부와 정유사, 휘발유 소비자만 살찌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수송용·산업용·발전용·난방용 등 용도가 훨씬 다양해 경유가격이 산업활동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또한 서민용 에너지인 경유의 수요는 휘발유에 비해 비탄력적이어서 경유값 폭등이 서민경제에 주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광명시의 한 운전자가 자기소유의 덤프트럭에 직접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했을까.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은 없다. 그리고 설혹 당위성이 충분하더라도 국민 대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추진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에 하나 정책을 추진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적절하게 강구돼야 했다. 정책추진 시점의 선택도 중요한데 장기적 내수부진과 국제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간과했다. 에너지세제 개편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마리도 잡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모든 경제지표에 적색등이 켜졌다. 정책실패가 잦을수록 후유증은 더 큰 법이다. 경유대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