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초·중·고교에서 한 달에 두 번 꼴로 학생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새학기가 시작한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7건의 학생간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3월에 1건, 4월과 5월 각각 3건씩이었다.

방학 중인 지난 1월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경우도 있었다. 가해·피해학생 25명 가량이 인천의료원에 마련된 '성폭력 피해 원스톱센터'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받는 중이다.

이는 시교육청에 보고된 건수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숨기려 하는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보고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으리란 것이 교육 당국의 얘기다.

얼마 전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중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학교 당국에 알려지기도 했다.

시교육청 조사결과 계양구 A중 3학년 김모(16)군은 인근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군을 지난 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5회에 걸쳐 성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학생 김군은 부모가 없는 시간에 초등학생 김군을 집으로 불러 인터넷 포르노사이트에서 음란물을 함께 보며 성폭행했다고 한다.

피해 초등학생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어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주 1회 학교 보건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가해자인 김군도 S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생간 성폭행이 빈발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예방 프로그램 부족과 가정에서의 무관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교육청은 초·중·고교 학년별로 연간 10시간 이상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성교육·성폭력 예방교육이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정규 교과목을 더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과 교사의 성교육에 대한 의지와 관심에 따라 학교간 성폭력, 성교육 성과의 편차가 심하다"며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프로그램을 차단하기 위한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국가차원의 노력과 가정에서의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전문가가 본 성폭력 예방법
"성관계 싫어요" 명확한 의사표현… 밀폐된 장소 둘만의 공간 피해야
"원하지않는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을 상대방에게 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인천의료원 학교폭력 원스톱지원센터 김인자(41·사진) 팀장은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명확한 의사표현'에 있다고 했다. 원스톱지원센터는 학교 성폭력을 포함,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의료와 수사, 법률 지원을 하기위해 지난 2006년 인천의료원내에 문을 열었다.

상담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개원 첫 해에 전화상담과 방문상담 등을 합친 상담건수가 942건이었는데, 2007년에는 1천537건으로 2006년 대비 63% 가량이나 급증한 것이다.

김 팀장은 "밀폐된 장소에서 둘 만의 공간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는 잘못된 성관계가 불러오는 2차 피해를 교육시키고,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긴급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