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아테네올림픽 남자 체조 개인종합에서 심판의 오심 덕에 양태영(28.포스코건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폴 햄(26)이 올림픽대표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도 미국대표에 뽑혔다.

   AP통신은 22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와코비아 터에서 끝난 미국 체조 대표선발전(20~22일)에서 햄과 조너선 호튼(22)이 가장 먼저 남자 기계체조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특히 햄은 지난달 비자챔피언십대회에서 평행봉 연기 중 손목과 손가락을 동시에 다쳐 수술을 하고 이번 선발전에 뛰지도 않았지만 월등한 기량을 인정받아 대표에 무임승차하는 특혜를 누렸다.

   개인종합은 마루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6개 종목의 기량을 겨루는 것으로 햄은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내 미국의 독보적인 선수로 통한다.

   그는 올림픽 직후 학업에 전념하겠다며 2년 반 동안 쉬었지만 복귀무대였던 지난 2월 윈터컵 챌린지대회 개인종합에서 185.85점으로 우승한 데 이어 비자챔피언십대회에서도 첫날 93.450점을 획득, 참가 선수 41명 중 1위를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당시 첫 날 손목을 다치는 바람에 둘째 날 연기를 하지 않았고 이후 재활에 몰두 중이다.

   미국체조협회는 비자 챔피언십 첫째 날과 둘째 날 성적에 각각 20%, 이번 대표 선발전 첫째 날과 둘째 날 성적에 각각 30%의 점수를 배정,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 2명을 대표로 1차 선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햄이 이번에 뛰지 않았지만 그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없다고 판단, 체조협회는 일단 그를 와일드카드로 가장 먼저 뽑았고 전체 성적 1위를 차지한 호튼을 두 번째 멤버로 선발한 것이다. 협회는 7월23일 마지막 선발전을 통해 나머지 4명도 추를 예정이다.

   햄은 무임승차한 것에 대해 "기분이 묘하고 좋지않다"면서도 "협회의 결정을 이해하고 나 또한 그들이 원하는 기량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좋으면서도 괴로운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대표에 뽑혔지만 햄은 7월23일 있을 마지막 대표 선발캠프에서 완벽한 기량을 보여줘야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그가 최종 선발된다면 양태영과 4년 만에 리턴 매치가 벌어질 전망인데 이주형 대표팀 감독은 "햄의 기술점수가 그리 높지 않다. 양태영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