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중학생들 가운데 수학, 과학, 중국어, 컴퓨터, 연극, 음악, 미술 등에 특기를 가진 학생들은 고교 평준화 지역 (수원·성남·안양·부천·고양)이라 하더라도 '제비 뽑기' 방식이 아니라 본인이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교과 특기자 육성교' 71곳을 지정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된 '교과 특기자 육성교 사업'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폭넓은 학교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평준화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학생들의 특기와 소질을 계발하고 지역 사회와의 다양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교과 특기자 육성 고교'에 대해 살펴보자.


■ 왜 생겼을까?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특기와 취미, 관심 분야를 가진 학생들에게 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 그런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특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업무 부담이 이만저만 높아지는게 아니다. 이에 학생들 각각의 개인별 특기·적성 계발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특기자 육성학교에 진학해 개인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접한다면 공교육의 틀 안에서도 충분히 꿈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악에 특기가 있는 A(13·구리시)양의 경우 음악 특기자 육성 학교인 구리여중에 진학하면 음악 프로그램을 집중 교육받을 수 있다. 이어 경쟁 선발을 거쳐 음악 특기자 육성고교인 구리여고에 진학해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받게 된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제비 뽑기' 방식으로 진학 학교가 결정되는 평준화 지역의 경우 '특기자'는 정원외(학교별로 10명 이내)로 관리되기 때문에 특기자들은 다른 학생들이 배정되기 전에 먼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 어느 분야, 어느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을까?

2008학년도에는 석수중(연극)외 12개 중학교와 광주고(미술)외 12개 고등학교가 새로 '교과 특기자 육성교'로 선정되면서 도내에는 모두 71개로 늘어났다. 분야별로는 음악과 미술, 연극, 문예창작, 수학, 과학, 컴퓨터, 중국어 등 8개 영역을 다룬다.

<표 참조> 같은 특기·적성 분야라고 해도 분야별로 세분화 돼 있으므로 학교별로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수원의 매원중학교는 관현악으로 특화돼 있고, 화홍중학교는 국악이 특기다. 또 이천 설봉중학교는 지역 특성에 맞게 '도예' 분야로 특성화된 학교다.

 
 
군포 고등학교는 관악 합주실이 따로 있고 개인 연습실도 7개나 있다. 이 학교는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 전국 규모 관현악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미술 특기자를 받는 분당대진고도 '미술' 전문반을 운영하고 있다.

장재건 교감은 "2005년에 처음으로 반을 만들어 올해 첫 대학입학생이 나왔는데 서울대 1명, 이화여대 5명 등 진학 성적이 좋았다"며 "2학년부터는 주당 10시간 이상 학생들에게 미술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미술 공부하는 시간만으로 따지면 예술고교와 비슷한 수준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셈이다.

서해고등학교는 올해 처음 '문예창작 특기생'을 받았다. 시행 첫 해라 일단 1학기에는 학교 안 공모로 학생을 선발한다. 여름방학 이후에는 지역 중학생들을 상대로 백일장을 실시해 특기자를 뽑을 예정이다.

박명서 독서논술 부장은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문학학원에 다니면 한 달에 많게는 100만원까지도 든다"며 "우리는 지역의 문인 협회와 연결해 체계적인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에서 문학의 기초를 닦게 한 뒤, 응용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계획이다.


■ 어떻게 선발·운영될까 ?

교과특기자 신입생은 매년 11월에 선발하며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학교별 정원 외 10명 이내,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정원 내에서 10명 이내로 선발한다.

고등학교 평준화 지역의 경우 학교별로 추천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교과 특기자 인정 심사 기준을 도교육청에 제출, 이를 승인하면 학교별로 교과특기자를 추천·심사해 도교육청에 추천하고 이를 도교육청에서 심사한다. 교과특기자는 해당 지역 고입전형에 합격한 후 교과특기자 육성교에 배정된다.

하지만 해당 학교의 학급당 인원이 너무 많을 경우 배정 계획은 유보된다.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학교별로 교과특기자 추천심사위원회를 설치한 뒤 특기자 인정 심사 기준을 도교육청에 제출한다. 도교육청이 이를 승인하면 학교별로 교과특기자를 인정·선발 심사하여 선정하며 이로써 해당학교 입학전형에 합격한다.

중학교의 경우 학교 교과특기자 선발심사위원회에서 정한 절차 및 선발 기준에 의해 선발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특기자 육성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희망을 고려한 다양화된 프로그램 제공으로 수월성 교육을 확대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이천 지역-도예기술'과 같이 지역 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학교의 교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