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오늘은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일본의 소설책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일본의 아베 가지시게라는 차세대 대형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나와 동갑인 소설가가 쓴 '닛뽀니아 닛뽄'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고, 또 읽게 된 것은 우연이 몇 가지가 겹쳤는데, 어쨌든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그 가장 가운데에 있는 사건이다.

닛뽀니아 닛뽄이라는 종명을 가지고 있는 새는 다름 아닌 일본의 국조인 따오기인데, 이 국조는 일본에서 결국 멸종을 하였고, 10년 전 장쩌민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따오기 한 쌍을 일본에 선물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 사건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석연치 않은 일본의 따오기 번식에 심사가 뒤틀린 어떤 17세 은둔형 외톨이 소년이 이 따오기를 풀어주거나 혹은 살해하거나, 어쨌든 일본 사람들의 뒤틀린 애국심에 테러를 가하기로 결심을 하면서 시작된다.

물론 소설은 실제 사건에 모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가상의 이야기일 뿐, 일본은 이후 몇 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따오기의 번식에 성공하여 현재 100여 마리 정도의 따오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중국에도 따오기는 200마리 정도. 중국 당국의 엄청난 보호 하에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따오기는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 198호이지만, 1979년 판문점 부근에서 한 마리가 목격된 이후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

바로 이 따오기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선물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은데, 한중일 모두에 귀한 새 대접을 따오기가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닛뽀니아 닛뽄'이라는 종명만큼, 일본과 한국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한국의 경상남도가 요청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굳이 그 기증을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서 발표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대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네진 '닛뽀니아 닛뽄'이 이명박의 '왕따 외교'를 상징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정권 출범과 함께 4강 외교를 표방하면서 이를 '실용외교'라고 이름 붙였지만, 중국과 일본, 양쪽에서 간만에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고 조롱거리가 된 형국이고, 러시아는 아예 방문 날짜마저 잡아주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좀 나을까? 100일 만에 미국 방문의 여파로 정권이 휘청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는 중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답방형식의 부시 대통령의 방문도 불투명해졌다.

그야말로 실용은 간데 없고, 본격 '왕따 외교'인 셈이다. 이 뿐인가? 자원외교라고 이름을 거창하게 걸었지만, 실제 가는 곳마다 실속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는 형편이니, 한국에서 외교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꼬인 것일까? 그것은 원래 약한 나라는 명분으로 외교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용'을 앞에다 걸었으니, 놀림만 받고 실속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용은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세상 어느 나라가 실용을 외교에 간판으로 거는가? 실용외교로 유명한 스위스 외교가 인권외교와 평화외교를 두 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한국도 외교의 철학적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중국에게 대통령이 '닛뽀니아 닛뽄'이라는 상징을 선물로 받았을 때, 조선시대였다면 상소가 빗발쳤을 것이다. 정말 낯 뜨거운 일이다.

명분도 잃고 실속도 잃어버리는 대통령의 '실용외교', 근간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

자원도 없고, 석유도 없는 나라에서 실용을 입에 걸고, 비즈니스를 간판에 건다고 실용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