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철 (경기도 제2청 접경지개발담당)
국가의 안전보장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국가정책에 최우선이 되어야 하며 국가의 안보는 철통같이 지켜지고 유지되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1953년 휴전이후 50여년간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3공화국 및 유신체제를 거치면서 국가의 안보는 정치적으로 최우선 과제로 항상 인식되어 오고 있다. 특히 1968년 1·21사태 발생으로 북한의 무력침략에 대한 대비가 한층 강화되어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수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하여 경기북부지역의 주요 도로변에는 대전차방어선과 방어용 진지가 수 없이 구축되었으며, 1972년에는 이러한 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보장을 위하여 군사시설보호법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전 국토의 5.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중 93%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경기(40%), 강원(46%), 인천(7%)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건축 등 개발행위가 쉽지 않고 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은 이미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정부에서는 기업환경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완화를 발표하였다. 세밀한 내용을 검토해 보면 지난해 12월 21일 공포된 '군사기지 및 시설보호법'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 발표가 지역에 큰 희망을 주는 것은 왜일까? 바로 군(軍)의 자세가 바뀌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관련된 모든 것은 관할 군부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것부터 행정위탁, 각종 개발행위에 대한 군부대 협의까지 모든 것이 관할부대로부터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군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니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재산권보장과 토지이용의 불편 해소를 제정 취지로 밝힌 '군사기지 및 시설보호법'에서도 보호구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5㎞이내 제한보호구역은 고수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부대 장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군협의 업무를 행정기관에 위탁하는 행정위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군협의가 위탁되면 위탁기준 이내의 행위에 대하여는 군부대 협의 없이 행정기관의 허가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행정위탁 제도는 1993년 군사시설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시행되었으나 아직 경기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의 12%인 270㎢만 지정되어 있었다. 이는 군부대의 폐쇄적인 작전계획에서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도는 있었으나 시행이 미약했던 제도를 군사분계선 이남 25㎞ 범위내에서 군사기지 및 시설로부터 반경 500m(취락지역은 300m, 사격장·훈련장 주변은 1㎞)이내 지역을 제외하고 행정위탁 지역으로 설정하겠다는 아주 구체적인 발표는 매우 고무적인 내용이다.

최근 시군과 일선 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연천군, 포천시, 파주시, 양주시 등에서 행정위탁지역이 36㎢가 확대되고, 협의 중에 있는 지역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러한 군의 발표에 더욱 믿음이 가고 있다.

중국의 선현 공자께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지켜야 할 덕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첫째이고,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이 둘째이고, 전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마지막이라 했다. 안보를 위해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한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 또한 국가 안보의 한 축임을 잊지 말고 이번 발표에 따른 주민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