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정국'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소 사육부터 도축, 가공, 유통까지 쇠고기 산업 전반을 비판하는 미국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된다.

   26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광우병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국내 상황과 맞물린 설정이 상당히 많아 관심을 끌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초청돼 영화상영 전 무대로 올라와 연설을 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미국에서 식품 산업의 문제에 대한 자성으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무심코 먹는 음식의 제조 과정을 제대로 알게 하는 영화로, 주부들과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참모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에서 '진실은 삼키기 어렵다'고 했는데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식량위기 속에 가장 중요한 국민건강이 있다"면서 "1년에 50조원이 의료비로 나가는데 그 중 70-80%는 식탁의 위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작가 에릭 슐로서의 원작을 토대로 하고 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극 영화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소 도축과 가공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이야기는 가상의 패스트푸드 체인 회사 '미키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미키스의 마케팅 담당자 앤더슨(그렉 키니어)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대표 브랜드 '빅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비위생적인 물질이 들어가고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는 하청 정육회사가 있는 콜로라도로 향하고, 그곳에서 미키스 체인점 아르바이트생 앰버(애슐리 존슨), 불법 이민 노동자 실비아(카탈리나 산디노 모레노), 쇠고기 딜러 해리(브루스 윌리스)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소문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 하청업체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공정 방식, 불법 이민자 고용 등 각종 기업 윤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와 이 고기로 만들어진 패스트푸드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한다.

   먹거리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은 10대들의 사회 참여를 그린 부분도 눈에 띈다. 환경동아리에 소속된 고등학생과 대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비위생적인 사육을 직접 막아 보겠다며 가축 농장에서 행동에 나선다.

   브루스 윌리스, 이선 호크, 에이브릴 라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조연과 카메오로 적극 출연했다는 점도 국내 일부 연예인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 발언을 하거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모습과 겹쳐진다.

   수입사 판씨네마는 영화의 특징과 국내 상황이 맞아떨어지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판씨네마측은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개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시나리오만 본 상태였던 2006년 이미 수입을 결정한 영화라고 강조하면서 내달 10일을 개봉일로 잡았으나 오히려 극장 측에서 개봉을 앞당길 것을 요청해 내달 3일 개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판씨네마 이성우 팀장은 "촛불 민심을 타고 개봉하려 한 것이 아니고 적지 않은 액수로 수입한 영화인데 더 이상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게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민감한 시국이라 오히려 배급업체들이 난감해 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런 영화는 부가 판권 수입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달 3일부터 CGV 인천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17일부터 미로스페이스에서 상영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