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책 그리고 자연'.

누구든지 꿈꿔 보는 한가로운 전원생활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또 지금처럼 도시화되지 않았던 1960, 70년대 들녘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져 있고 어딜 가나 제법 큼직한 나무그늘 하나쯤은 잡고 앉을 수 있었던 그 당시, 돗자리 깔고 엎드려 책을 읽던 과거의 잔잔한 추억도 떠올릴수 있을 듯싶다.

꽃과 책, 그리고 자연이라는 주제로 파주시가 한판 축제를 벌였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8일까지 9일 동안 '2008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를 개최한 것. 아이들에게 꽃을 보여주고자, 책을 가까이 하게 하고자, 그리고 부모들의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려 보고자 무려 150만명이 이 축제를 다녀 갔다.

수확이 시원찮은 논과 밭에 벼와 배추 대신 꽃을 심어 꽃동산을 만들었다. 마을입구에 공사장 복토용 흙만 흉하게 쌓여 있던 사토장을 재활용해 꽃대궐 언덕을 조성했다. 꽃동산을 만드는 데는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마을입구 또 다른 곳에 쓰레기만 쌓여 있는 나대지를 토지주에게 사용승낙을 얻어 가꾸다 보니 아름다운 '록 가든'이 탄생했다. 역시 개인토지의 사용승낙을 받아 마을 중앙에 모자이크 정원을 조성하면서 150여종의 야생화와 초화류가 사시사철 자태를 뽐내고 있다. 허물어진 둑과 오폐수로 넘쳐 나던 농수로는 생태수로로 탈바꿈했고 층층 다랑논의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금영화, 안채초 등을 심어 가꾼 다랑논 꽃밭은 관람객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자극한다.

▲ 꽃대궐 언덕 무지개원

돌곶이 마을 주민들 개개인은 각자의 뜰에 개인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고 축제 때는 관람객들에게 자발적으로 정원을 개방했다. 파주시는 축제행사 중 하나인 '꽃 퍼레이드'에 상금을 내걸었다. 12개 읍·면·동 주민들은 '상금에 눈이 멀어(?)' 너도나도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하기 시작했다. 상을 탄 마을의 축제분위기는 두 배가 됐고, 설령 상을 타지 못한 마을 주민들도 서로 퍼레이드 준비를 하며 '우린 서로 이웃'임을 새삼 느끼는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 꽃동산
여기에다 가족걷기대회, 청소년페스티벌, 꽃밭 시네마, 꽃마을 백일장, 시민합동 결혼식 등 시민 모두가 쉽게 참여할수 있는 콘텐츠를 녹여 넣었고 인근 헤이리 책마을과 관광을 연계하자 전국에서 손꼽히는 번듯한 축제가 됐다.

한 해 200여명에 불과하던 이 마을 방문객이 지난해 꽃축제를 시작하면서 50만명을 넘어섰고 올 들어서는 단 1년 만에 3배가 넘는 150만명을 돌파했다. 축제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효과도 160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각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 꽃 퍼레이드
여러 기관의 상도 휩쓸었다. 2007년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의 '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서 돌곶이 마을은 금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환경부로부터 '우수 자연경관자원과 조망점'으로 이곳 심학산이 선정됐다. 또 한 중앙일간지에선 파주시가 '걷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으며 올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경관직불제 사업' 우수 시로 선정됐다. 그리고 돌곶이 꽃축제는 2008년 상반기 경인일보 히트상 종합대상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마을개선사업으로 시작해 꽃동산이 형성됐고, 주민 너나 없이 주변에 정원을 가꾸면서 꽃동네가 됐다. 여기에다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첨가하다 보니 버젓한 축제가 됐고, 축제에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됐다.

▲ 모자이크 정원
파주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당초 이처럼 인기있는 축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시 공무원과 마을주민이 뜻을 함께 해 준비하다 보니 좋은 결실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꽃조성 사업과 홍보를 더욱 확대해 세계적인 축제,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북단의 낙후된 곳으로만 알았던 파주시. 분단의 아픔을 머금은 역사 현장인 임진각 정도가 기억될 뿐인 파주시가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된 '꽃혁명'으로 전국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듯, 파주시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세계적인 마을로 거듭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