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재능대학장·교육학박사)
나와 만나는 사람들 중 적잖은 분들이 보잘것 없는 나의 공직생활에서의 성공비결을 묻고는 한다. 언론 인터뷰나 초청 강연에서의 주된 질문 내용도 성공의 비결을 묻는 것이다. 아마도 9급 공무원에서 차관까지 아홉 단계나 뛰어올라 '행정의 달인'이니 '백 년에 한번 날까 한 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데는 뭔가 남다른 비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데다 고시출신조차도 국가 중앙부처 국장이면 성공했다는 마당에 9급 고졸 출신으로 교육부 기획관리실장만 3년 6개월 넘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할 법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비법은 다름 아닌 내 삶에서 삼실(三實)을 제대로 실천한 결과라고 대답한다.

내 삶에서 나를 일깨웠던 화두는 '삼실을 제대로 실천하며 생활하고 있는가?'로 귀결된다. 내 삶의 오른쪽에 써 붙여 놓고 경계로 삼는 삼실이란 성실(誠實), 진실(眞實), 절실(切實)을 말한다. 그리 특별하거나 멋질 것도 없어 오히려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겠지만 나의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은 이 삼실의 실천도량이었고 이들이 나를 가치 있는 세계로 인도했다고 말하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이 삼실의 실천이야말로 내 삶의 성공 동력이요, 9급에서 차관까지 오른 비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내가 공직생활 시작부터 삼실을 실천하며 열정적으로 근무한 건 아니다. 경남 거제교육청에서 9급 공무원인 서기보로 일할 때에는 '빨리 돈벌어서 대학 가야지'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당연히 일은 뒷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출근을 했더니 내 자리가 없어졌다. 상급자가 내 책상을 밖으로 치우고 석 달 동안 먹지로 글 베끼는 작업만 시키는데, 그 때야 비로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을 바꿔먹고 (심기일전하여)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하니까 인정받고 또 일하는 재미에 빠져서 더 열심히 일하다보니 내심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성공의 길을 묻는다면 그것은 삼실의 실천이었음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정성을 다해 일하고 거짓말 하지 않고 절실하게 목표를 추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찬찬히 보면 삼실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성실은 매사 열심히,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진심어린 마음으로 남과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영감(靈感)이 천재의 자랑이라면 성실은 둔재의 무기다. 성실은 꾸준한 노력이고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CEO 잭 웰치가 성공의 키워드로 꼽은 '열정' 역시 성실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진실은 정직한 마음을 말한다. 진실은 그 사람의 신뢰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신의 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면서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행한다면 그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뿐이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했다. 안창호 선생은 '꿈에라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진실의 내공을 닦는 일에 게으른 사람이 굴절된 명예와 이익만 추구하다가는 세상살이에서 낭패보기 십상이다.

절실은 무언가 얻고자 간절히 구하는 자세와 상대방의 가슴을 울리는 절절함을 말한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간절히 갈망하여 힘쓰다보면 어느새 구하는 바가 눈앞에 있을 것이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해내야 한다'는 절실함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그 마음을 열게 할 것이다. 애플컴퓨터를 설립한 IT업계의 신화적 존재, 스티브 잡스 역시 '끊임없이 갈망하고 바보처럼 도전하라'면서 절실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 내 삶에서 또 다른 삼실의 실천 과정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재능대학장으로서 당연히 그 실천 과정의 시발점은 재능대학이다. 우리 재능대학을 수도권의 명문 전문대학으로, 동북아에서도 찾고 싶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굳건하게 세우는 것으로 하여 이 삼실을 더욱 옹골차게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인천교육과 인천발전의 토대가 되리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