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순위 경쟁에 드디어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SK-두산-한화-롯데 순으로 굳어가던 상위권이 2위 두산과 5위 KIA의 선전, 4위 롯데의 부진이 서로 맞물리면서 요동칠 조짐이다.

   두산은 15일 파죽의 8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SK에 4.5게임까지 따라 붙었고 KIA는 삼성을 밀어내고 97일 만에 5위에 복귀하고 롯데를 3.5게임차로 추격했다.

   4연패에 빠진 롯데는 타선 침체로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고 6위로 추락한 삼성은 7위 우리에 2게임차로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SK와 두산의 선두 싸움은 물론 롯데부터 우리 히어로즈까지 네 팀 간 4위 혼전이 이어지면서 프로야구 레이스는 이달 말까지 매일 결승전과 다름 없는 혈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SK 하락세..두산은 욱일승천
김성근 SK 감독은 15일 두산전에 앞서 내야 선수층이 얇고 구원진도 지난해만 못하다며 "이달에는 무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세적인 운영보다 수성에 전력하겠다는 뜻이었다.

   SK는 이날 2-7로 뒤지다 7-7까지 따라 붙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7-8로 무릎을 꿇었다. 구원투수 이재우를 정점으로 강력한 뒷심을 발휘 중인 두산에 힘에서 밀린 셈이다.

   두산은 8연승 기간 중 4차례나 1점차 승리를 엮어내는 등 박빙의 승부에서 강했다. SK는 이달 3승9패로 내리막을 타면서 최강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포스트시즌이 3전(준플레이오프)-5전(플레이오프)-7전(한국시리즈) 승부에서 올해부터 5-7-7제로 바뀌어 정규 시즌 1위팀이 누릴 이점은 더욱 커졌다. SK와 두산이 1위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40여 게임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두산이 4.5게임을 역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나 상승세를 이어가고 SK의 부진이 계속돼 양팀간 승차가 3게임 이내로 승차를 줄어든다면 8월 베이징올림픽 휴식기 이후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 볼만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아! 롯데'..KIA.삼성.우리 '호시탐탐'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는 최근 4연패가 심상치 않다. 공격야구를 이끌었던 조성환-이대호-카림 가르시아-강민호 중심 타선이 최근 1할대 빈타에 허덕이면서 득점력이 저하된 게 눈에 띈다.

   롯데는 4연패 동안 경기당 평균 2점도 채 못 뽑았다. 타격감이 떨어진 이대호는 최근 6경기에서 타율 0.200으로 주춤한데다 조성환(0.158), 가르시아(0.143), 강민호(0.050) 등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팀 방어율은 3점대 중반으로 여전히 안정권이나 전매특허인 '빅 볼'이 안 터져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1점차로 세 번 연속 패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짚어 볼 만하다.

   최희섭이 돌아오자마자 공격에 힘을 보태기 시작한 KIA는 '마의 5'의 벽을 넘는 게 급선무다.

   시즌 초 승패 차 '13'까지 벌어졌던 KIA는 현재 '6'으로 줄여놓은 상태이나 '5'에서 전진하지 못하고 후퇴를 거듭했다. '벼랑 끝 각오'로 임하는 KIA는 4위로 치고 올라가려면 징크스 먼저 탈출해야 한다.

   4연패에 빠진 삼성은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와 톰 션을 16일 모두 내쫓고 국내 투수들로 4강행에 도전할 참이나 마운드가 무너진 상황이라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삼성의 팀 방어율은 4.71로 전체 7위인데 싱싱한 어깨들이 가세한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해 쉽사리 좋아질 리 만무하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20세이브째를 올린 뒤 16일째 휴업 중인데서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KIA, 우리, LG 등 하위권 팀에 약해 도약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17일 이후 새 팀으로 환골탈태한 우리도 이후 13승8패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4강에 대한 실낱같은 꿈을 품기 시작했다. 베테랑 전준호, 김동수, 송지만 등이 타선에서 중심을 잡고 마무리 다카쓰 신고의 영입으로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서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이광환 우리 감독은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승수를 쌓겠다"면서 4강에 대한 욕심을 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