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제7호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인천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연수구 선학4거리가 침수되면서 차량들이 힘겹게 통행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이 곳으로 이사온 지 15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20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의 한 다세대주택 인근엔 뜯어진 장판과 이불가지, 가재도구 등으로 수북했다. 이 곳은 지난 주말 제7호 태풍 '갈매기'로 인한 갑작스런 폭우로 하수가 역류해 8가구가 침수됐다.

▲ 제7호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인천시내 곳곳에서 비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20일 부평구 산곡동 한 빌라 주민이 침수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
침수 피해를 입은 강태열(77)씨의 집은 마치 난민촌을 연상케 했다. 장판은 모두 뜯겨져 있었고 쌓아둔 가재도구와 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집 현관에는 아직도 물이 흥건했고 벽지 아래쪽 20㎝ 높이의 누렇게 바랜 흔적이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강 씨는 "오전 8시가 조금 지나자 갑자기 전기가 나가더니 세탁기가 설치된 베란다와 화장실 배수구에서 갑자기 물이 펑펑 솟았다"며 "구청 직원과 소방관, 주민들이 도와줘 그나마 이만큼 정리가 됐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강 씨는 이날 인근 아파트의 경로당에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평구와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부평수도사업소는 정확한 침수 원인을 두고 옥신각신만 하고 있다.

부평구는 지난달 부평수도사업소가 진행한 인근 지역의 상수도관 교체 공사를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수도관에 구멍을 내고 부실하게 처리해 이 곳으로 흙이 밀려들어가 하수관이 막혀 하수가 역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부평수도사업소는 공사 당시에는 하수도관을 보지도 못했다며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땅을 파 봤더니 하수도관의 구멍은 이미 나 있었고 누군가가 임시로 처방해놓은 상황이었다"며 "우리 공사가 이번 침수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