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개별 병원의 노사 관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전국의 병원 노동자들이 모여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다. 산별노조를 만들고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의료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다. 그 결과 180일밖에 안되던 의료보험을 365일로 확대하고 암환자 보험 80% 적용, 6세 미만 아동 무상의료 등을 이뤄냈다.
사용자의 탄압과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이뤄낸 성과로 의료제도와 병원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면 노동조합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2007년에는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는데 합의해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올해도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산별교섭이 시작됐다. 그러나 사용자 단체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외면하고 산별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3개월째 교섭을 파행으로 끌어가고 있다. 병원 사용자들도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적극 찬성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의 요구가 달가울리 없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공공성 강화는 커녕 노동조합마저 지키지 못하게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도 또다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까지 가기전에 잘 타결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이번 파업의 주요 요구는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비롯한 의료 민영화 정책 폐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병원 급식 금지, 환자 돌보는 병원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산별연대기금 조성 등이다. 물론 임금 인상도 주요 요구중의 하나다. 우리는 지금까지 노동자 뿐만이 아닌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공공성 요구로 투쟁해 왔지만 파업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병원노동자 환자 생명을 볼모로 파업'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환자 진료 차질' 등등의 말이다. 파업기간동안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임금도 못받고 뜨거운 뙤약볕에 고생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겐 정말 상처가 되는 말이다.
병원노동조합은 파업할 때에도 환자 진료를 외면하지 않아왔다. 파업을 미리 예고하고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환자 이송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병원에 요구하지만 오히려 무책임하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병원 사용자들이다. 노동조합은 병원의 주요 부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그결과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환자 생명이나 안정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만약 이러한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다면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수언론에서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2008년 투쟁은 병원 노동자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투쟁이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지켜내는 투쟁이고 산별교섭을 성사시켜 의료 민영화를 막아내야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원비가 비싸서 병원 문턱이 높은 서민들에게 의료 영리화는 돈없이 아프면 죽으라는 말이나 같다.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고 투자자에게 이윤을 남겨주려면 병원비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의료는 어떠한 이유로도 돈벌이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까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투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이가 많다면 더욱 힘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