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인 김에스더(18) 양에게 바이올린은 '꿈'이다.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면서 학교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김양에게 음악은 모든 것이다. 김양은 28일 꿈에서나 있을 법한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도 동경하던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직접 만나고, 함께 연주까지 한 것이다.
인천예고 강당에서 정명훈의 지휘아래 김양은 친구들과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했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 정명훈씨가 이날 오전 학교를 직접 찾아 학생들에게 '전원 교향곡'의 1악장을 지도한 것이다.
이번 무대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인천과 서울, 도쿄 등지에서 펼쳐질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앞서 마련됐다. 정씨는 평소 "연주 방식이 굳어진 어른 연주자에 비해 어린 학생들의 경우 교육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해왔다. 정씨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선 가끔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인천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50여 명으로 구성된 2관 편성의 인천예고 오케스트라와 대면한 정씨는 "'전원 교향곡'은 작품의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자연'을 주요 모티브로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인만큼, 박자에 너무 묶여서 경직되면 작품의 본질과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연주의 기본적인 것들을 자세히 얘기했다.
1시간 정도의 지도였지만 정명훈의 지휘 아래 '전원 교향곡'을 연주하고 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보에를 연주한 최윤정(2학년) 양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로부터 교습을 받다니 꿈만 같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서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바이올린의 활을 그은 김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악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면서 "우리끼리 연주할 때와는 많이 달랐다. 앞으로 음악을 공부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순을 가르치고 있는 김성훈 교사는 "학생들에게 오늘 1시간은 장래를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기계적인 연주가 아닌 소리내는 방법을 강조한 부분은 나 자신도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