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코드인사보다 훨씬 신속하고 폭넓게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점령한 MB정부가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또한 두 기관의 통합을 둘러싼 전략과 대응방식에 따라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과에 따라 노조문화와 공기업의 역사 자체가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바탕은 넘쳐난다. 법의 정신보다 권력의 눈치에 익숙한 사회, 배려와 포용력이 사라진 가족 관계, 삶을 근원에서부터 흔들어 대는 경쟁 우선주의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과 민영화가 최선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공익'이 설자리는 어디인가. 공기업이 비리와 낭비의 주범이라면 낙하산 인사보다 해당기업을 없애는 것이 옳다. 공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개혁의 핵심은 CEO의 교체보다 보조금과 세제 그리고 각종 수수료의 구조적 조정에 달려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개혁을 앞세워 기관장을 교체하는 속셈이 전리품 분배의 수단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에 있는가.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공기업이 거덜 나고, 리더의 품격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실력과 신념이 아니라 권력에 줄을 댄 사람들이 이끄는 조직과 사회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힘을 우선 키워가는 것이 병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보약이라고 해도 약의 남용은 사람의 몸을 해친다고 한다. 그런데도 5년 주기로 정권이 내건 개혁과 일등주의에 국민들은 골병이 들었다. 외과적 수술보다 조직의 내성과 자생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세상사를 멀리 내다볼 때다.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있듯이 국가에도 역사에도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새롭게 전개될 역사의 무대를 준비할 때다. 미국 선거도, 중국 올림픽도, 그리고 통일문제도 차분히 관조할 때다.
그래서 스스로 반성한다. 지식을 앞세워 행동을 하다가 모난 사람 취급을 받은 적은 없는지. 정에 끌려 일을 도와주었다가 낭패를 본 일은 없는지. 고집을 부리고 싶지만 불편한 삶과 눈총 때문에 덮어 버린 일은 없는지. 겉으로는 미래와 행복을 외치지만 병들어 가는 삶과 일을 선택한 적은 없는지. 상대가 평온하게 살기보다 쓰러지기를 바라는 증오의 마음을 키워온 적은 없었는지. 그 모두가 품격을 상실시키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리더로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품격을 잃어 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촛불 사이로 통폐합과 감원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공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기다려 줄 것 같지도 않다. 공존과 배려보다 굴복을 강요하는 기세가 더 대단하다. 이제 개혁의 이름으로 내팽개쳐질지도 모를 어느 부모와 가족들을 생각한다. IMF로부터 배운 것이 과연 무엇인가. 도대체 CEO 리더 만능주의에 의해 우리사회가 얼마나 더 초토화되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한국사회의 우울한 지표만이 넘실대는 한여름. 공익을 위해 혹은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저항하던 리더의 품격이 새삼 그립다. 묻는다. 당신의 가족은 언제나 평온한가. 그런데 왜 다른 가족들은 피눈물을 닦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