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곤 (인천 신송고 수석교사)
대학에는 석좌교수라는 제도가 있다.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가진 학자를 대학에서 초빙, 활동케 하는 제도이다. 2007년 당시 교육부총리였던 김신일 장관은 초·중등 수석교사제 도입을 위한 국회상정 답변에서 "대학의 석좌교수를 비유해 말하면, 행정상으로는 학장의 관리를 받지만 학문적으로는 그 분야 최고의 자율성을 갖고 젊은 교수들을 지도하는 것과 같다"라고 수석교사를 석좌교수와 비유한 적이 있다.

2006년 교육혁신위원회에 의해 제기된 교원 승진 및 인사제도의 몇 가지 교육개혁 현안들은 현재, 상반된 교원단체간의 의견 대립과 정치권의 여론 눈치보기, 비정상적인 국회 입법활동 등으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교원인사제도에 관한 쟁점이 교육계의 주요 문제로 부각되면서 승진제도는 교육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심사방법으로의 개선, 학교구성원의 다양한 의사반영, 또한 공모제를 비롯한 대안적 교장 임용제도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수석교사제 도입 문제도 그러한 교원 인사제도 개선 방안 중의 하나이다.

수석교사제는 25년 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 차원과 교직 사회의 학습조직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안된 교원정책이었으나 학교현장 지휘체계의 혼란, 예산확보 곤란이라는 여러 이유 등으로 인해 계속 미뤄져 오다 금년 3월부터 전국 172개 초·중등 시범학교에서 운영 중에 있다.

금번 6월에 전북 부안에서 있었던 전국 중등 수석교사 연찬회에서는 수석교사 시범운영에 따른 여러 문제점 등이 소상하게 토론되었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 토의된 시범운영 상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불확실한 시범운영 지침이다.

수석교사제의 법적, 제도적 위상 및 지위의 불확실성과 관리직 등과의 불분명한 역할 구분, 교육청-학교별로 서로 다른 지원 대책 등의 문제점 등은 현장에서 수석교사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이 점에 대해 교과부는 시범운영 상에 있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새로운 지침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각 시·도 교육청 역시 교과부의 지침없이는 어떠한 사안도 독자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두 번째는 교사들의 수업공개 및 장학에 대한 거부감이다. 수석교사에게 부여된 임무 중에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수업코칭(장학)이다. 그러나 동료교사들은 본인 수업을 공개하는 것을 대부분 꺼려한다는 점과 수업코칭에 대한 어떤 지침이 체계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동료교사들에게 수업코칭 관계로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교사들 모두 인식하고 있으나 지원체제의 미흡과 과중한 수업시수, 행정 우선주의 등은 교사들이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교직사회의 현실이다.

2004년 열린 한국-OECD 국제세미나 보고서에는 한국교원정책에 대해 한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 교사와 교직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도전은 현직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든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고 현직연수의 내용은 부적절하고 효과가 미흡하며 연수전반에 대한 평가와 질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관료체제 중심의 교직풍토와 잘못된 교원인사 제도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학습공동체 교직문화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

현 교육제도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모든 분야에서 공감하고 있다. 수석교사제는 도입 방법에 따라 교원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의 교직문화에 적합한 수석교사제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어쨌든 변화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