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 정부 5개월여의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차라리 참담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출범 전후 밀어닥치기 시작한 고유가에 원자재값 국제 곡물값 폭등, 여기에 치솟기만 하는 물가로 백성들 삶은 하루 하루가 어려워져 갔다. 그나마 유가는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서는 듯 싶지만 아직은 앞날을 점칠 수 없고, 원자재값 곡물값도 계속 뛴다. 자연히 국제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국제수지가 불안하니 환율 주식시장 불안까지 몰고와 금융위기감마저 고조된다. 물가 폭등에 경기는 위축되고, 기업이 비틀거리니 고용시장이 흔들리며 서민 가계는 바닥을 긴다. 하지만 정부는 여태껏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쇠고기 졸속협상 파동은 격렬한 촛불시위를 불러와 나라를 온통 들었다 놓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쇠고기 정국에 완전히 함몰되다시피 됐다. 그 사이 언제 민생을 챙기고 어쩌고 할 정신도 없이 아예 혼까지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기껏 과거에 연연않고 실용외교를 편다 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뒤통수만 세게 얻어맞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해설서 명기에, 믿었던 미국마저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한국령 표기를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 사이 우리 외교는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거나 까맣게 모르고 있기까지 했다. 뒤늦게 대사를 소환한다 어쩐다 법석을 떨어본들 차 지나간 뒤 손드는 격이었다. 그나마 부시 미대통령의 아량인지 선심인지 덕에, 미지명위원회 독도표기 문제는 원상회복됐다지만, 우리 외교의 무능은 이미 드러날대로 드러나 버렸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까지 터졌지만, 그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심지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마저 북한의 10·4공동선언 맞불작전에 말려들어 금강산 사건은 언급조차 못하는 꼴이 됐다.
이처럼 내우외환이 겹쳤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대처한 게 없다시피 하다. 그냥 지리멸렬했다는 게 중론이다. 오죽했으면 집권여당 홍준표 원내대표마저 "왜 정권을 교체했는지 답답하고 이해가 안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촛불정국에서 각료들은 비겁하게 뒤로 숨고,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 뒤에 숨어 국정주체가 없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마따나 쇠고기 파동은 물론,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지리멸렬하는 동안 "장관은 없었고 대통령만 있었다"는 소리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 혼자 모든 걸 챙기다 보니, 각료들은 주눅이 들어 식물내각이 됐다고들 한다. 반대로 각료나 수석들이 대통령 뒤에 숨어 자리보전만 하려들어, 어쩔 수 없이 대통령 혼자 나서야 했다는 말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파탄이 올 수밖에 없었다 하겠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이 정부의 남은 4년 반도 더는 기대할 게 없어진다.
다행히 이 대통령이 그간의 난맥상 해소와 재발진의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국정난맥 및 민심이반의 원인과 배경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 정부의 '달라진 면모'를 보고싶다.
하지만 아직은 대통령의 심기일전 소식만 들려올 뿐, 함께 받치고 나가야할 각료나 수석들의 변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또 걱정이다. 이러다 자칫 이번마저 대통령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에, 더 더욱 강화된 독주 독단만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