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택 (인천시 공보관)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이미자가 부른 노래 '섬마을 선생님'의 일부이다. 해당화는 인천의 여러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멀리 백령도는 물론이고, 가까운 소야도나 강화의 주문도 등에는 바닷가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곱게 피어 있다. 백사장을 걷노라면 그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기 일쑤이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섬으로 찾아오는 이방인들에게 매혹적인 자태로 섬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더해준다.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 길'이란 시구(詩句)가 있듯이 해당화는 모래사장이 좋은 해변의 풍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꽃이다. 장미과에 속한 꽃으로 5~7월에 주로 붉은색, 간혹 흰색 꽃으로도 핀다. 목련꽃이 쉬이 가는 한을 풀기 위해 늦은 봄부터 이른 가을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송이송이 교대로 자태와 향기를 이어간다. 해당화의 열매는 한의학에서 매괴화라고 부르며 위통, 인후궤양에 쓰인다. 뿌리는 당뇨병, 고혈압 예방 등의 치료에 널리 쓰이는 유용한 약재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해당화는 선비들로부터 사랑받는 꽃으로 시나 노래의 소재가 됐다. 많은 문인, 문객들이 해당화를 그리고 노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소재로 시를 짓지 않았다.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 해당부인이었기 때문에 꽃이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가 송구스러워서였다고 한다.

일본 북해도에서는 해당화를 '북해도의 꽃'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로 흘러드는 북해도의 이시카리강 하구에는 1.5㎞나 되는 모래자갈로 이루어진 하천변이 공원으로 정비되어 있다. 이 '해당화 언덕공원'은 해변에 자생하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로 초여름이 되면 핑크색 해당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렇듯 귀하고 예쁜 해당화가 요즘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용유도 해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공항도로 남측과 북측 방조제 총 13.39㎞ 길에 해당화 수십만 그루가 주단(朱丹)을 깔아놓은 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서해바다를 끼고 인적이 드문 해변가에 숨어 피는 해당화가 8월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진분홍빛 꽃망울을 머금은 채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다. 새색시 볼처럼 수줍게 피어 있는 그 꽃이 낙조에 붉어진 바닷물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가히 한 폭의 그림이다. 해당화 삼십리 길, 이것이야말로 인천의 명물, 명품도시 인천을 꾸며주는 작은 소품이 아닌가 싶다.

우리 인천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장의 굴뚝, 대형 화물차의 도심 질주 등으로 환경오염이 연상되는 공해도시였다. 하지만 이제 인천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걸맞게 그 이미지가 확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이로 우뚝 솟을 151층 인천타워가 기공식을 가졌고, 인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인천대교는 직선 길이로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곡선으로는 세계 유일하게 건설되는 사장교다. 인천대교는 해당화 길과 바로 연결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이 될 것이다.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날씨 때문인지 아직도 도심을 탈출하는 피서객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갈 길 먼 뙤약볕 아래서 장시간 이동으로 피서지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탈진해버리는 동해 쪽의 여름휴가 계획보다는 오고 가는 길 편하고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이 있는 인천의 섬과 바다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