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60㎏급에 출전한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9일 시원한 `한판승 퍼레이드'로 첫 금메달을 신고한 데 이어 10일에는 한꺼번에 2개의 금메달 획득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해 한국인은 물론 동양인 전체의 자부심을 한껏 높인 데 이어 저녁에는 여자 양궁이 단체전에서 올림픽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
특히 박태환이 기초종목인 수영에서 올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에는 일요일 오전임에도 서울지역 TV중계 시청률이 무려 42.1%에 달할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가정에서, 식당에서, 야외에서 각자 손에 땀을 쥐며 박태환의 `힘찬 팔놀림'을 지켜본 수많은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쁨의 탄성을 합창했다.
박태환이 재학 중인 경기 용인 단국대 캠퍼스와 한강시민공원 야외 수영장에서도 수백, 수천명의 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돼 휴일 무더위를 떨쳐버리며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두운 뉴스와 경기침체로 시민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들어 휘발유 1ℓ당 가격이 2천원을 넘는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서민 생활에 큰 타격을 받은 데다 `쇠고기 파동'으로 지난 5월부터 연일 촛불집회가 열려 진보.보수 진영이 대립하는 등 국론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던 것.
여기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독도 문제에 대한 국제 상황과 남북 관계가 악화했으며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돈을 받고 `공천장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터져나와 국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던 악재 속에서 전해진 `올림픽 전사'들의 선전 소식은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원 박모(32)씨는 "박태환 선수가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아파트 전체에서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와 정말 오랜만에 통쾌함을 느꼈다"며 "경제 악재에 미국산 쇠고기, 독도 문제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잇따라 전해진 올림픽 희소식에 모두 희망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호의 우승 장면을 지켜본 한 네티즌(아이디 `mightyphu')도 "너무 멋지다. 나도 눈물이 났다. 국민의 더위와 스트레스도 팍팍 날아가는 것 같다"며 그 동안 쌓인 국민적 시름이 한 방에 해소되는 것 같다고 시원해했다.
아이디 `xm177k'라는 네티즌은 인터넷 댓글에서 "정치권의 부패 사건이 올림픽 기간에 또 터진 것을 보고 감추려는 게 아닌가 해서 기분이 나빴는데 우리 올림픽 전사들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메달 소식뿐 아니라 `국민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 경기 일에 맞춰 열리는 대규모 거리응원전도 오랜만에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난 7일 올림픽 축구 카메룬전에 이어 이날 저녁 이탈리아전도 시민 응원단이 청계광장에 모일 예정이어서 3개월 이상 시위와 경찰 진압이 반복됐던 `촛불'의 마당이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붉은악마의 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