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밥집, 술집이 텅텅 비었다. 길목마다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자식 과외비라도 대려고 옷가게나 미장원을 차렸지만 파리만 날린다. 동네 어귀마다 자리잡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찾는 발길조차 없다.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섰으나 앞날이 막막하다. 재벌계열의 대형매장이 중소도시까지 파고들어 구멍가게, 재래시장을 초토화시켜 버린다.
IMF 사태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실직자가 양산되고 있다. 작은 밑천으로 마땅한 돈벌이를 찾다보니 소규모 자영업자로 나선다. 지난해 자영업자가 604만명에 이른다. 이것은 전체취업자의 25%에 해당한다. 선진국에 비해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공급과잉에다 경기침체가 겹치자 자영업자들이 지난 2~3년 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는 2005년의 617만명, 2006년의 613만명에 비해 10만명 가량 줄었다.
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 자영업자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천377만원이다. 이것은 임금노동자 1인당 소득 2천570만원의 53.6%에 불과하다. 1999년에는 그 비율이 80.1%이었으니 자영업자의 소득이 계속 줄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은 3.9% 늘었지만 자영업의 영업잉여(소득)는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 2.5%를 감안하면 많은 자영업자들이 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자 사업포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올 들어 물가가 폭등세를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1월 3.9%, 2월 3.6%, 3월 3.9%, 4월 4.1%, 5월 4.9%, 6월 5.5%, 7월 5.9%로 갈수록 상승률이 높아진다. 최근 들어 원유, 곡물을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이 다소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수입물가는 3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물가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같다. 문제는 물가상승이 자영업에 치명타를 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자영업은 재료비, 연료비, 인건비가 뛰어도 값을 즉각 올리기가 어렵다.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장사라 손님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지는데 경기침체로 소비수요는 줄고 있다. 비용증가와 함께 판매부진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금리인상을 단행하여 더욱 심각한 판매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도 빚을 내서 사업을 벌였다면 이자부담이 직격탄으로 날아온다.
지난 7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640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수요가 줄어 자영업은 더욱 타격을 받는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지만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점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책선택이 나온다. 이것은 물가상승의 원인부터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은 초과수요가 아니라 수입물가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물가억제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증대를 통해 성장정책을 편다며 고환율 정책을 견지했다. 그 결과 수입물가 폭등을 촉발해 서민경제에 타격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재벌특혜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어디에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찾을 수 없다. 구조조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나섰지만 거기서도 빚만 지고 밀려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