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며 시작된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오는 15~24일 열흘간 펼쳐지는 공연예술축제. 올해로 벌써 12회째를 맞이했다.

'도심 속 문화 피서지'를 표방하는 올해의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의 폭넓은 문화예술 갈증을 식혀줄 축제로 마련됐다. 한국을 비롯해 불가리아, 이탈리아, 호주, 벨기에, 러시아, 핀란드 등 7개국 21개 극단이 참가해 연극, 인형극, 음악극, 뉴서커스, 야외공연극, 무용극, 전통극 등 여러 장르의 21개 공연을 펼친다. <표 참조> 올해의 초청작들로는 동구권 연극의 선두주자 불가리아 스푸마토의 '죽음의 춤'을 비롯해 주류사회에 대한 풍자를 왈츠라는 춤의 감성으로 대변한 이탈리아 TTB의 '왈츠', 수원시 자매도시인 호주 타운스빌의 극단 트로픽 썬 씨어터의 블랙코미디 '바보와 돼지', 체홉의 희곡 속 주인공들이 악기로 재탄생하는 벨기에 엑셀시오의 '사랑해', 러시아 최고극장상 '황금마스크' 수상작으로서 1인 21역이 빛나는 씨어터 퍼펫 하우스의 '신데렐라', 영상과 마술의 결합으로 환상을 선물하는 핀란드 WHS의 '대화', 2007년 첫 공연 후 관객의 뜨거운 반응으로 국립극단 레퍼토리로 선정돼 언론과 대중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이 공연된다. 이 외에도 공동기획작인 극단 마고의 '효녀바리'(뮤지컬)를 비롯해 3월부터 공모를 시작하여 선정된 극단 상상발전소의 '럭키의 춤'(대안공간 야외극)을 포함한 공모작 6편 등이 선보인다.

본 공연 이외에도 설치미술전, 허수아비 만들기, 아트마켓, 야외 영화상영, 화성 보물찾기, UCC, 포토 공모전 등 다양한 시민축제와 한국 근현대 연극 100주년 기념 세미나, 어린이 교육연극 워크숍 등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문의:홈페이지(theatre.shcf.or.kr), (031)238-6496

■ 김동언 /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모두가 주인공 되는 한바탕 잔치"

 
 
"허수아비들끼리 땀 흘리며 노는 한바탕 잔치를 수원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화성(華城)에 마련했습니다."

2008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포스터를 보면 재미있다. 남궁원 경기예총회장의 '허수아비'그림 등 우리에게 친근한 허수아비가 마치 축제에 얼른 오라고 손짓하는 듯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는 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김동언(46) 기획감독이 낸 것이다. 그는 "배우들이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착안해 '허수아비' 이미지를 연극제에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속의 배우가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 외에도 우리네 삶이 비바람과 뙤약볕과 밤이슬을 맞으며 꿋꿋이 버티고 서있는 허수아비와 참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거칠고 외로운 현실의 주인공들인 우리시대의 허수아비들을 위한 한바탕 잔치를 벌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우리 모두를 위한 축제'답게 다양한 관객참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김 감독은 이를 '문화피서'라고 정의했다. "모두가 주인공인 행사가 되도록 신경썼어요. 서북각루 앞에 이동천문대도 설치해 시민들이 별자리를 보도록 하고, 열대야를 식혀줄 야외영화상영도 마련했죠. 또 주말에는 '아트마켓'도 오픈하구요. 무엇보다 수원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연극 워크숍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자랑거리에요.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줄 예정입니다. 워크숍 발표회는 폐막식으로 할 예정이거든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모든 시민들이 일상의 지친 시름을 달래고 마음의 풍요로움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번에 초청되는 공연들은 모두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에요. 개막작, 폐막작이라는 용어를 없애버릴 정도로 자신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모두가 행복한 허수아비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잔치가 끝나고 나면 허수아비들의 넉넉한 가을이 찾아오겠죠. 많이 오세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