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제269회 새얼 아침대화 강사로 초청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디자인하라' 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

오세훈 서울 시장이 13일 새얼아침대화에서 '데카르트 마케팅'이란 말로 서울의 도시디자인 비전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데카르트는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의 합성어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가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해도 그것을 이미 갖추고 있는 나라가 많다. 이를 문화로 포장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문화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도시디자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오 시장은 굳게 믿고 있는 듯 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서울의 상징으로 '해치'(해태)를 선정했다. 이는 조선시대부터 궁궐에 석상으로 조각돼 있어 서울의 600년 역사와 함께 해 왔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 해부터 조사·분석, 시민과 외국인 설문조사, 공청회, 전문가 자문 등에 이어 '해치'를 글로벌마케팅 아이템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베를린을 상징하는 곰이나 스위스를 대표하는 소처럼 '해치'를 전 세계인에게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울을 브랜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우선 광화문에서 예술의전당 까지 거리는 '해치 문화의 거리'로 조성된다. 또 버스, 간판, 상징기 등을 통해 '서울의 상징'을 홍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서울색', '서울서체',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했다. 이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사업', '남산 르네상스 사업'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 사업' 등에 적용된다. 사업 내용은 달라도, 이를 포장하는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격이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건 뉴욕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며 "상하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된 것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서울시가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디자인에 대해 "안전하고 편리하고 쾌적한 느낌을 주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내렸다. 도시경관 뿐 아니라 인사, 감사, 민원, 교육 등의 시스템도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디자인 개념을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장시정지원단을 만들어 '무능한' 공무원을 걸러냈고, 능력과 실적 중심의 인사를 펴고 있다. 인사 평가시스템을 개선해 최근에는 승진연한을 30~40% 단축한 파격 승진인사를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승진할 때가 된 사람은 중요 부서에 보내고, 승진자를 교육이나 한직으로 돌리는 식의 구태한 인사를 중단했다"며 "매월 평가를 해 이달에 한 일과 해야 할 일 등을 점검하는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도시디자인 사업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기 내에 큰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은 도시디자인 개선에 '올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 25개 자치구 중 7개 자치구의 가판대 디자인을 바꾸기로 했다. 내년에는 전 자치구로 확장한다. 간판정비도 시작했다. 자치단체별로 '간판이 아름다운 사업'에 대한 경쟁을 붙였다. 결과가 좋은 곳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서 상권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오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들을 내년까지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채찍'을 들기로 했다. 거리에 있는 간판과 시설물 가운데 불법인 것은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선출직 시장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오 시장은 "앞으로 5년 안에 서울 거리는 바뀔 것이다"며 "도시를 '그랜드 디자인'하며 하나하나씩 변화시킬 것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