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한국의 전통예술단이 동남아 친선공연 중 싱가포르에도 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무릎을 쳤다. 한국예술단의 공연은 싱가포르에서 매우 인기가 높아 공연 1주일전 국립극장의 VIP석 입장권 10장을 리총리의 부친, 아들, 딸, 조카, 처일족 등에게 보냈다. 그런데 외무부에서 한국측 공사를 불렀다. 의전실장은 티켓 10장을 돌려주면서 "그들은 이런 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 보고 싶으면 입장권을 살 것이다"고 말한 후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말라"는 따끔한 경고(?)까지 해 공사의 얼굴을 뜨겁게 했다. 리콴류가 1959년 이래 근 50여년간 총리와 선임·고문장관을 지내며 사실상 독재를 해오면서도 권좌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경제발전의 공로와 함께 그의 청렴결백한 자세 때문이었던 것이다.
건국 후 6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본인과 친인척이 부정비리와 거의 무관(無關)했던 인물은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대통령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부정비리의 대표선수, 금메달감은 전두환. 형·동생 등 여러 일족이 검은 돈과 비리에 개입하여 부정부패의 대통령-비리백화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와 노태우는 재임 중 재벌들로부터 검은돈 수천억원을 모아 한때 기네스북에 등재 얘기까지 나왔고 나중에는 구속되어 법의 단죄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벌금을 완납하지 않고 있어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1988년 2월이래 5년 단임제(單任制)하의 전임 대통령들은 친인척들의 비리와 부도덕성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1992년 말 친인척 50여명을 모아 자축연을 갖는 자리에서 "돈을 싸들고 접근하는 똥파리들을 각별히 조심하라. 인사나 이권청탁에 개입하면 즉각 구속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둘째 아들 김현철이 비리와 검은돈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임기말을 얼룩지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초 "우리 아이들은 나때문에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탈선 걱정은 안해도 좋을것"이라고 호언했으나 세아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되고 두아들은 구속되는 과오를 저질렀다.
당선직후 민주당 의원들에게 "앞으로 인사·이권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경고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초 "우리집 안에는 검은돈에 기웃거릴 인물도, 비리를 저지를 위인도 없으니 안심하라"며 웃었으나 고향서 봉하대군으로 불리는 형 건평씨가 국세청 등의 인사에 관여하고 처남·조카 등의 비리혐의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4~5개월 동안 쇠고기 파동 등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친인척 비리의 돌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부인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가 지난 총선전 한나라당 후보 공천때 공천장사를 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녀는 김모씨에게 비례후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3천만원을 받았다가 불발된 후 23억원을 돌려줬으며, 다른 2명에게는 공기업의 감사를 시켜주겠다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판명됐다. 검찰은 김씨가 대통령부인과의 인척을 내세워 허세를 부려 공천장사를 했으나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사건의 파장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은 또 다시 친인척들의 비리 분탕질이 재연되는가 하는 악몽을 떠올렸을 것이다.
친인척 비리의 근절처방은 없는가. 모든 각급 공공기관은 이들의 부당행위가 신고 될 경우 즉각 청와대에 직보하고 청와대는 즉각 공개와 함께 검찰에 고발, 엄벌을 받게하면 된다. 친인척 비리의 부작용과 폐해는 언제나 쉬쉬하며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데서 빚어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대통령은 8·15기념사에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을 포함, 누구에게도 관용이 없음을 실천으로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친인척, 측근, 공직자비리 등에 대해 얼마나 엄벌할지 지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