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곳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과 가까이 있어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지켜봐 오던 중 서울 농대 캠퍼스를 관악으로 이전하고부터 쓸쓸하게 방치되고 주변에 쓰레기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항상 안타깝게 느껴왔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까지 '푸른지대'라는 이름으로 주변이 포도와 딸기밭으로 유명해 수원의 명소로 시민들에게 더욱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이 굳게 닫힌 채로 옛 강의실은 유리창이 깨어지고 폐가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뒤늦게나마 수원시에서 부지 재활용에 대한 언급과 함께 시민들에게 수목원으로 개방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고 하여 고맙고 감사하기도 하다.
필자는 이곳을 자연생태공원인 수목원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의 휴식처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단순한 편의시설로서 휴식처 역할만을 하는 것보다 찾아오는 시민들이나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여 2~3시간 정도 머물 수 있는 시스템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은 공간이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그곳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데, 공간과 시민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문화예술일 것이며 그것들이 함께 공존하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휴식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베이징 따샨즈 지역은 1950년대 소련의 재정으로 건설된 산업단지로 한때는 중국 인민공화국 초기 비밀 군수시설로 사용되기도 했던 공장지대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르러 798지역의 공장들이 철거되고 그곳에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열면서 예술지역이 되기 시작했으며, 2003년 제1회 따샨즈 페스티벌을 계기로 예술특구지역으로 유명해지면서 예술가들의 메카인 동시에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한 환티에 국제예술성은 철도 차량기지를 예술인촌으로 만들자 수백개의 갤러리와 카페가 들어서면서 관광객이나 예술인들이 편하게 몇 시간씩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곳들은 현재 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과 예술 관련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관광지로도 개발되어 해마다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최대 예술마을인 파주의 헤이리 마을도 1997년 발족된 이래 49만5천750㎡의 부지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명의 예술인이 입주해 파주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예술촌인 동시에 관광지로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수원 '푸른지대'의 잘 조성된 수목원과 옛 강의실 등은 베이징의 소호와 파주의 헤이리 마을보다 자연환경적, 지리적 여건이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거대 경제적 지원이 없더라도 기존의 골조와 특징,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리한다면 소극장에서부터 미술관, 공동작업실 등 종합예술센터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자랑하고 있는 수원화성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최고의 문화 인프라가 조성될 것이며 더 나아가 세계적 예술마을로 도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