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의 결승전이 열린 23일 밤 베이징 우커송야구장.

9회말 쿠바의 마지막 공격에서 '딱'하는 파열음과 함께 타구가 유격수 박진만 앞으로 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송구가 병살타를 잡아내고 손에 땀을 쥐던 경기가 끝난 것이다. 3-2로 앞선 9회 1사 만루의 역전패 고비를 병살타로 마무리하자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감동은 두 배가 됐다.

송승준(28·롯데)을 필두로 하나같이 손을 하늘로 치켜 뻗고 더그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뛰쳐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 엿가락 같았던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강민호도 쏜살같이 더그아웃을 빠져 나와 어느덧 동료선수들과 한 몸이 됐다.

이날 우커송야구장은 온통 태극기 물결이었다. 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은 마운드에 삼삼오오 모여 어깨를 잡고 환희의 찬가를 불렀다. 김경문 감독과 김광수 수석코치, 김기태 타격, 조계현 투수 코치 등도 더그아웃에서 한꺼번에 어깨를 부여잡고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두산 감독 5년차로 아직 한국시리즈에서 헹가래를 받지 못했던 김 감독은 선수들의 손에 이끌려 마운드로 올라왔다. 24명 선수들은 힘을 모아 김 감독을 헹가래쳤고 김 감독은 몸을 하늘에 맡기고 모처럼 짜릿한 순간을 즐겼다. 이어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펄럭이며 구장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1·3루측에 나뉘어 포진해 있던 대표팀 응원단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 태극기를 서로 흔들며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을 축하했다. 한국야구사에 또 하나의 장이 이들의 환호와 함께 새롭게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