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광채作 '기억속의 풍경 No 17-1'.

안양롯데화랑에서는 다음달 1일까지 서양화가 정광채의 6번째 개인전인 '기억속의 풍경'展이 열린다.

작가 정광채는 오래전부터 추상적 언어의 표현에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모노톤의 대비와 조화에 의해 형성된 수많은 조형언어들은 그의 개인전 테마의 주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추상 속 언어들이 구상적 형태 속에 다른 모습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마네, 마그리트, 베르메르 등 유명한 작가들의 명화 속 인물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등장해 무언가 말하려 하고 있다. 초현실주의의 향기도 나는듯하지만 구태의연한 조형유희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작가가 표현하려 하는 것은 바로 현대판 제국주의의 실상이다. 그는 강대국들이 경제적 지배원리를 내세우며 약소국들에 대한 착취와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을 풍경속에 담아 패러디한다.

그의 작품들 속 소재들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패러디는 바로 마그리트의 심벌인 중절모의 신사이다. 그는 항상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으며 그의 선택은 누군가의 생명일 수도, 어느 나라의 존폐일 수도 있다. 현대인의 힘의 논리속에 강자의 파워를 보여준다. 그의 선택은 곧 삶과 죽음의 기로이다.

또 하나의 소재는 클로버와 은행잎이다. 어찌 보면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희생과 피해의 대상이 바로 이 소재들이다. 세상은 아름답고 눈물겹다. 다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 수면 밑에 영역의 관계성을 노골적으로 화면에 끌어들이기 보다는 잔잔한 호수위에 백조만을 표현하려한다.

작가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아름답게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젠 그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처럼 전쟁의 참상을 총쏘는 장면으로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한 작가인 것이다. 문의:(031)463-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