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식 (한국농업대학 학장)
언제부터인가 농업은 소득이 낮고 농촌은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이제 대부분의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 이대로 갈 경우 농업 농촌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농업 농촌을 지키기 위해 농촌에 정착할 농업후계자를 지속적으로 키워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노인만 늘어가고 청년이 없는 농촌 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특히 청년 후계농업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전문 농업경영인을 육성해왔다.

농촌에 정착한 청년농업인들은 영농을 하면서 새롭게 교육받은 전문농업기술을 이웃농가들에게 알려주고, 농기계가 고장나면 가장 먼저 찾는 수리기사가 되어주며, 후계자가 없는 노인들의 농사를 대리 경작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위급 환자 이송과 마을 경조사를 도맡아 수행하는가하면 반장, 이장 등의 직책을 맡아 마을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고령농촌의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곡물가 상승으로 식량위기가 예견되고 있는 요즈음 식량자급은 국가의 부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 농업기반 유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농업기반을 유지해야 할 후계농업인 양성 교육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2012년부터 산업기능요원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영농후계자들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계농업경영인은 병역법에 의해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되어 3년간 영농에 종사함으로써 병역을 대체해왔다. 현역 입대를 하게 되면 군복무 중 농사 지을 사람이 없게 되고 영농기반 조성이 어려워져 영농 공백이 생긴다. 영농공백은 제대 후 영농 포기로 이어지고 이를 우려하여 정책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 산업기능요원 제도였다. 그런데 산업기능요원제도를 대체할 다른 방도가 없이 현역입대를 해야 한다는 것은 후계자 육성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 하겠다.

국토방위는 군인이 하고 국토관리는 농업인이 한다는 인식이 선진국의 인식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농업인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높이 인정하고 있다. 농업후계자가 현역으로 입대를 할 경우 농업의 국토관리 기능이 상실되어 장기적으로 막대한 국가의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젊은 영농후계인력에 대해서도 전문연구요원, 국제협력요원, 공중보건의사, 공익수의사, 예술체육요원, 공익법무관 등과 같이 공익 영농종사요원으로 인정하고 병무청에서 추진하는 사회복무 대상자에 추가하여 병역을 대체토록 해 주어야 한다.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남은 농촌을 애써 가꾸고 지키려는 청년들에게 식량안보, 농촌사회유지, 환경보전과 같은 공익기능 수행자의 역할을 부여하여 그들이 우리 후손의 미래를 굳건히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국민적인 배려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