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법정 앞에서는 기자들과 미모의 여간첩을 보려고 온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특히나 일본 언론들은 위성방송장비까지 동원해 원씨 재판을 보도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유독 일본 언론이 이처럼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해 물어봤다.
"호기심 아닐까요. 미모의 여간첩이 일본에서 일본 남자와 선까지 봤다는데… 그런 것에 대한 호기심이죠." 일본의 한 주요 신문사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실제 일본 TV들은 검찰이 탈북자 신분을 이용한 첫 간첩사건이라는 점과 군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한 간첩 활동 및 허술한 군 정보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와중에도 "간첩활동을 위해 성을 도구화했다"는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수사결과 발표 부분만을 집중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수원지검은 이번 간첩사건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허술한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수원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극히 이례적인 언론 발표형식을 취했다.
검찰은 당시 50페이지에 달하는 원씨의 공소장에서 그가 탈북자 신분으로 위장한 여간첩이며 군 관계자들과 만나 성관계를 맺고 군 기밀을 빼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대대적인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는 달리 공소사실 대부분이 원씨의 자백만을 기초로 하고 있고 원씨가 입수한 정보도 인터넷 등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하잘것없는 수준의 것이라는 말이 발표 다음날부터 나왔다.
얼마 뒤 이런 내용을 담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원씨가 자백한 사실에 대한 보강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으며 입수정보도 가치가 있는 중요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어찌됐건 이런 상황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원씨는 자신이 간첩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전향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딸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원씨가 그간의 간첩활동에 대해 자신을 어떻게 변론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원씨가 탈북자 신분으로 위장, 국가 기밀과 중요 정보를 북한으로 빼내간 뛰어난 여간첩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생활에 젖어 본인의 신분(?)을 망각한 어설픈 여간첩이었는지는 좀 더 재판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명백한 것은 탈북 여간첩사건을 바라보는 외국 언론과 검찰, 국내 언론들 간의 시각과 생각이 프리즘을 통과한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처럼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왕 정 식
(사회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