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산업단지 옆 도로. 부평구 부평동에 사는 A(60)씨는 아들과 함께 장대를 들고 가로수인 은행나무에서 은행털기에 한창이었다. A씨가 두 시간여 동안 딴 은행은 20㎏들이 쌀 포대의 절반정도나 됐다. 나무 밑엔 장대로 털다가 부러진 은행나무 가지와 아직 줍지 못한 은행들이 널려 있었다. A씨는 "은행이 건강에 좋아 먹기 위해 땄다"며 "엊그제 GM대우 자동차 공장 옆 도로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따기에 아무나 은행을 따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한 뒤 서둘러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인천지역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의 '은행(銀杏)털이' 때문이다.

은행나무 등 가로수의 열매를 마음대로 따거나 가지를 꺾는 등 가로수를 훼손시킬 경우엔 관련법에 따라 5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부산 등 타 지역의 경우, 이를 이유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의 가로수 총 15만2천400그루 중 은행나무는 4만6천200그루로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지역 가로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이다. 일선 기초단체는 이들 은행나무에서 나오는 은행을 일괄적으로 거둬 산림조합에 팔아 세외수입으로 활용하거나 경로당 등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주민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광범위한 은행나무 분포지역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을 뿐더러 늦은 밤 시간이나 이른 아침 시간에 이뤄지는 주민들의 '은행털이'를 단속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을 따는 것이 절도행위에 해당돼 사법처리 대상임을 알리는 안내문구나 현수막을 붙여 놓지도 않았다.

부평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이런 일들이 나타나 당혹스럽다"며 "안내문이나 현수막 등을 이용한 홍보방안을 마련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