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자본권력이 조장한 다이어트 열풍의 실체를 까발리고 경고해도, 다이어트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대세는 여전히 도도하다. 각종 매체들도 다이어트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이다. 'S라인 복음'을 대량복제해 배포하고, 주먹만한 얼굴의 스타들을 내세워 다이어트 복음의 위대한 결실을 찬미하기 바쁘다. 가끔 다이어트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육체적, 정신적 질병이라고 위선을 떨지만 말이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헌혈 지원자 83만명 중 42%인 34만7천여명이 '헌혈사절'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남에게 줄만한 혈액이 못된다는 것인데. 부적격 판정의 가장 큰 이유는 혈액의 영양결핍이고, 또 그 원인은 무리한 다이어트였다는 것이다. 헌혈을 자원한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어찌보면 건강한 혈액을 수혈받아야 할 처지였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니 자연분만할 힘이 없어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가 늘고 있다는 의료계의 걱정도 괜한 허풍이 아니다 싶다. 다이어트로 몸을 말린 여성들이 우상이 되는, 우상숭배의 참화가 참으로 심각하다.
윤인수 (경인플러스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