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신도시나 신시가지 개발에는 자전거 도로 조성이 빠지지 않는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도시개발 정책과 다양한 행사들은 친환경 녹색교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지라 교통이용자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과연 다른 나라는 생활 속에 자전거나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을까? 지난달 해외출장으로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다행히 하루 정도 일정이 비어 나름 여유를 가지고 역사도시이자 이준 열사의 자취가 남아있는 헤이그를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 다닐까 고민하던 차에 묵고 있던 호텔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는 안내를 받고 도시 구석구석을 자세히 돌아보고 체력도 단련할 겸 자전거를 이용해 다녀보자는 용기를 내게 되었다.
필자는 무엇보다 호텔에서까지 자전거를 대여한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고, 도시의 거의 모든 도로는 차로 바깥쪽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앞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교차로에는 자전거 전용신호등까지 갖추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바로 자전거 선진국이 아닐까라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근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녹색성장이 사회적으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활용할 자원을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금 세대가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내자는 의미이다. 석유, 구체적으로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한정된 에너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탄소배출량을 줄여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기반으로 한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인식과 정책이 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세계 여러 나라는 녹색교통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면전차로 불리는 트램(Tram)을 새롭게 도입하기도 하고, 특히 녹색교통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이미 자전거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가 '벨리브(Velib)'라고 불리는 무인 자전거 대여사업을 도입하여 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일간지가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주요 도시들도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고, 나아가 일부 도시들은 기존 도로의 차도를 줄이거나 폭을 좁히고 여기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도로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인천시도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송도신도시와 함께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롭게 건설하고 시내 주요 지점에 자전거 보관소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송도신도시는 아예 세계적인 녹색교통 시범도시로 조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신도시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함은 물론, 신도시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예쁜 노면전차까지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와 함께 언덕길을 달리는 노면전차가 영화나 관광을 통해 명물이 된 지 오래이다. 유럽의 도시들도 노면전차가 관광명물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차와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가 안전하고 조화롭게 다니고 관광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녹색도시를 가지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