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로 인기있는 개그맨 왕비호(본명 윤형빈)는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동방신기 팬들 신경 좀 써라. 80만 카시오페아(팬클럽)가 움직인다는데 음반은 10만장 밖에 안 팔리더라"고 말해 팬클럽을 자극했다.

   그러나 한국음악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2006년 동방신기 3집은 35만장이 팔려나갔다.

   24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에 오픈한 SM노래방에서 인터뷰를 가진 멤버들은 이같은 얘기를 전하자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6일 발매될 4집 '미로틱(Mirotic)'은 첫 주문 물량이 33만장에 달한다.
시아준수는 "일본 활동을 한 1년7개월 동안 국내 음반 시장은 더욱 안 좋아졌다는데 4집은 우리 음반 중 첫 주문 물량이 가장 큰 규모여서 신기하다"고, 유노윤호는 "동방신기라서 팬들이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방신기의 4집은 역동적인 댄스가 특징인 SMP(SM Music Performance)에서 벗어나 유럽, 일본, 한국 작곡가들이 참여해 새 옷을 입었다.

   2004년 데뷔곡 '허그(Hug)'로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다가선 뒤 '라이징 선(Rising Sun)', '"오"-정.반.합.("O"-正.反.合.)'을 통해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방점을 찍고 또 한번의 변화를 준 셈이다.

   멤버들은 전작의 음악 테두리 안에서 지금이 딱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있는 SMP 스타일의 노래는 물론, 다른 장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수십곡의 데모곡을 받아 23곡을 녹음했고 그중 12곡을 엄선했다고 강조한다.

   보아의 미국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을 작곡한 팀인 레미&트롤센 등이 작곡한 리버스 비트(Reverse Beat)의 '주문(Mirotic)'을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다. 핵심은 중독성이며, 두세번 들으면 멜로디 라인의 잔상이 남고 왠지 신경쓰이는 노래라고 설명한다.

   "동방신기는 화려한 외모에 댄스곡만 부르는 아이돌이라는 편견이 많죠. 곡 수집을 하는데 기존 동방신기 스타일을 의식한 곡이 많았어요. 안타깝게도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겠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죠. 외국곡이 많은 것도 전혀 우리가 하던 음악과 색달라 선곡한 겁니다. 안무도 집단군무에서 벗어나 마치 솔로 가수가 한무대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죠."(유노윤호)
시아준수는 "이번에는 편곡 때 악기 소스부터 달랐다"며 "우리도 부르면서 어색할 정도로 기존 동방신기의 느낌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2006년 각종 연말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일본으로 건너 간 멤버들은 일본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도 했다. 이들은 7월 오리콘 위클리차트에서 세번째 1위를 차지해 외국인 아티스트 사상 최다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영웅재중은 "일본에서는 음악과 공연으로 팬을 모았고 이후 방송에 출연해 한국과는 반대로 활동했다"며 "아직 일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며 더 높은 산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노윤호는 "공연을 하면서 노래에 대한 자신감, 공연 때 분위기에 대응하는 법을 얻었다"며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한 나라에 갇히지 않고 모두 통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4집에서는 멤버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시아준수가 '노을..바라보다'의 작사, 최강창민이 일본 3번째 음반 수록곡 '러브 인 디 아이스(Love in the Ice)'의 작사를 맡았다. 또 영웅재중은 '롱 넘버(Wrong Number)'에서 랩메이킹과 랩을 소화했다.

   "믹키유천은 50곡 이상, 저도 30곡 이상 자작곡을 써뒀어요. 우리의 자작곡보다 더 좋은 곡이 많았기에 다음 기회로 미뤄뒀죠."(영웅재중)
영웅재중은 다섯손가락의 '풍선'에 이어 1982년 발표돼 히트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리메이크해 솔로로 수록했다.
그는 "이수만 회장님이 추천해주셨다"며 "전부터 이 노래를 소속 가수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굳이 중장년 연령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한 시대를 풍미한 곡을 부르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용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자 "'잊혀진 계절'은 10월에 마지막 날마다 라디오 방송횟수 100여 회를 기록한 곡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노래에 도전한 게 멋있고 대견하다"고 화답했다.

   멤버들은 "우리에게는 절대 목표가 있다"며 "자부심이 강한 4집을 통해 우리를 기다려준 분들에게 '이게 동방신기'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