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학원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26일로 사흘째를 맞고 있지만 정작 과다 수강료 논란의 진원지인 서울지역 학원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기자가 서울시내 주요 학원가에서 수강 등록을 상담해본 결과 대다수 학원은 "아무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수강료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따지지 말고 학원이 제시하는대로 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관할 교육청이 책정한 학원비보다 수강료가 비싸다고 따지자 오히려 교육청의 학원비 가이드라인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특수목적고 입시를 대비해 수학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강남구 대치동 모 학원의 원장은 중학교 2학년 수강료가 "일주일에 3시간씩 3번 수업하고 한달에 45만원"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지침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실제 수강료는 30만원인데 처음에 오는 학생은 1∼2달은 보충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강료가 더 든다"며 애초에 설명하지 않았던 `옵션'을 늘어놨다.

   그는 "1주일에 3시간씩 3회, 월 4.2주에 교육청이 책정한 분당 수강료를 곱하면 27만원 정도 나온다. 교육청에도 이대로 신고했으며 1∼2만원이 더 비싼 건 교재비 때문"이라고 논리를 폈다.

   강북의 학원 중심가인 노원구 중계동 학원들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유지했다.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수강료 과다 징수 학원'으로 지목된 특정과목 전문학원 학원장은 "1주일에 3시간씩 두번 수업해서 한달에 32만원"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책정한 수강료 상한이 절반 가량인 17만4천원밖에 안된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그는 "모의고사 빈도가 높아 돈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다"는 궁색한 해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굳이 캐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 태도는 그 자체로 이미 수강생에 대한 기만 아니냐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다수의 학원들이 수강료 과다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이를 비웃거나 `오불관언'의 자세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은 교육청의 행정제재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청은 초과된 수강료의 비율에 따라 학원에 벌점을 매기고 벌점이 기준 이상으로 누적된 학원을 제재하고 있지만 초과징수 때문에 영업이 정지되거나 등록이 말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재 기준은 초과 학원비가 50% 미만이면 10점, 50∼100% 15점, 100% 이상 20점이며 누적벌점이 30점이면 시정명령이나 경고, 30점 이상은 1주일∼3개월 영업정지, 66점 이상이면 등록 말소가 이뤄진다.

   신고액보다 100% 이상으로 부풀려 받아도 벌점은 20점에 불과해 영업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강남의 2천700여개 학원 가운데 잘해야 연간 400∼500군데 단속하는데 같은 학원만 계속 찾아갈 수는 없다"며 "수강료 초과징수에 따른 영업정지 사례가 드문 것은 그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특히 대다수 학원들은 점검을 받으면 수강 시간을 짜맞추기 식으로 늘리거나 `과목 쪼개기'를 통해서 시간당 수강료를 기준 내로 조정하는 등의 수법으로 규제를 회피한다"고 설명했다.

   학원들은 이처럼 규제를 회피할 틀을 마련해두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학원비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공정 거래'라는 불만이 높다.

   강남 모 학원에 다니는 유모(14.중2)군은 "개별지도식 수강에 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면서 "수강료 부담보다는 내가 느끼는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30∼40% 정도는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계동의 학원에 다니는 김모(17.고2)군도 "수업 시간이 좀 길어서 비싼 건 이해하지만 30만원대를 20만원대로 낮추는게 적당한 것 같다"며 "하루 빠지면 보충수업도 안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학부모 최모(44.여)씨는 "학원비가 30만원이면 꽤 많은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풍족한 학부모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바람에 우리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유가 있는 어머니 중에는 아이들에게 꼭 맞는 학원을 찾아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줄 만한 돈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일부 학부모들은 학원비를 무작정 내리는 것이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모(42.여)씨는 "학원비를 내리면 수지타산을 맞추려는 학원들이 실력 떨어지는 강사를 쓰려고 할 테고 결국 피해는 우리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