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만 해도 노년의 사랑과 결혼 또는 성에 대한 논의는 유교문화 위에 형성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마치 노인들은 성과 사랑에는 무관한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도래되면서 이와 같은 노년의 성과 사랑에 대한 편견이 깨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성과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의학의 발달과 건강관리로 젊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노인들의 사랑과 성문화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현실은 노인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늘그막에 찾아온 사랑을 지키려는 노인들의 모습은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에 시달려야 하고 노인들의 사랑을 주책이나 노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만큼 노인들의 사랑에 대한 갈망은 더 애틋하기만 하다. 최근 실버타운 등지에서 독립적으로 사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노인대학 등 자연스럽게 이성을 접할 기회가 생겨나면서 노인들의 이성교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은 노년의 사랑을 무조건 일탈적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고쳐야 한다며 노년기를 소외의 시기가 아닌 여생을 즐길 수 있는 성숙한 시기로 준비할 수 있도록 차세대 노인을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올바른 노년기의 사랑과 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오래전 사별하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에게 있어 고독과 소외감은 노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아픔이기도 하다. 이러한 쓸쓸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이성과의 심도 있는 대화와 교제가 무엇보다 우울감과 정신적 심리적 해소에 도움을 주고 건강한 체력의 유지와 필수적인 심리원소로 노년의 사랑과 결혼은 탁월한 치료제가 될 수 있고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제 아무리 이름난 효자라도 악처보다 못하다는 옛말이 있다. 홀로 된 노인에게 사랑과 결혼은 잃어버린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있어 노년기의 결혼은 아직도 머나먼 가시밭길이다. 고령화와 사별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난 결혼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홀로 된 노인이 밖에서 이성 친구를 사귄다고 하면 자식들마저 망신스럽다며 반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가족 간의 재산이나 상속에 대한 갈등 등도 노인들의 결혼을 주춤하게 만든다.
그러나 고령사회로 젊은 노인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노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개방적인 시각이 요구되고 있다. 이 분야의 한 전문가는 그 동안 가려졌던 노년기 사랑과 성생활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노인복지를 향상시키는 의미있는 첫 행보라고 말한다. 혼자 사는 독신 노인들의 외로움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의 삶을 살수있도록 하기위해 적극 고려해봄직한 문제이다.
그리고 노인들 스스로도 결혼하지 않는 것이 자녀들에게 가장 존경받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과 결혼이 자식과 전배우자에 대한 배신행위로 치부하거나 자식에게 지금까지 쏟았던 애정과 공로가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먼저 작고하신 부모님에 대한 도리나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아 나타나는 편견과 주위의 체면 그리고 부모를 모셔야 할 경우 경제적 부담 가중의 문제와 특히 유산배분으로 인한 불안 등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노인 스스로도 성에 대한 노인 당사자의 주위(가족과 인척, 이웃 그리고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인식전환과 사랑과 결혼에 대한 체념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노인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기회와 동기를 줄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성에 대한 관심을 느끼고 연구할 수 있는 심적 유발을 위한 사회적 조직과 활동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사랑에 대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노인들의 생존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고 누구나 경험해야 하는 늙어감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해 행복하고 건강한 '사랑과 결혼'의 조화를 가짐으로써 보람된 노후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