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옥 (경기대국제대학장 북한학)
10·4선언과 6·15선언을 맞이한 지 각각 1년과 8년이 되었다. 혹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두 정부가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 경색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화를 중단하고 핵 가동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우리민족의 최대과업인 통일문제를 다루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뇌부에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사무처장에는 오랜 기간 학계에 몸담아왔던 네트워크 전문가이자 이론가로서 명망이 높은 중진학자인 김대식 교수가 취임하여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민감동시대를 열어갈 것"을 강조함으로써 많은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이어 수석부의장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가진 7선 의원 출신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취임함으로써 민주평통의 앞날에 큰 기여를 하리라는 기대를 안게 하고 있다.

한편 민주평통 자문회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제13기 각 시도 및 해외자문위원 개회사에서 '남북은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선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상생'과 '공영'을 위한 남북대화를 북한 측에 제의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사실 그 동안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라는 헌법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정권을 초월하여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당해 정권의 정책만을 일방적으로 지지, 성원해 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어 왔다. 특히 정권 교체 시마다 민주평통을 이끌어 갈 자문위원들이 '말'을 갈아타거나 '카멜레온'처럼 평화통일에 대한 신념이나 가치관을 시시각각으로 바꾸는 바람직하지 못한 성향을 보여 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에 새로 사무처장과 수석부의장이 영입된 것은 과거 '민주평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소극적인 역할을 불식하고 조직이 새롭게 웅비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또 그만큼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는 점을 밝혀둔다.

민주평통 전 직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과 응전'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창의와 열정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평통이 과거와는 달리 평화통일시대를 이끌고 열어 나가는 중심기관으로 우뚝 서서 그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는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는 헌법기관으로 비약해야 할 것이다. 민주평통은 '과거'에만 의존하여 단순히 선례를 답습하는 정태적이고 소극적인 입장과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미래를 제시하고 개척해 나가는 동태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민주평통은 남북화합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여 우리 사회 각계각층, 그리고 전 세계 170여개국 700만 재외동포를 묶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유일한 중심이다. 그래서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자문위원 여러분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9월 중순부터 시작해 10월 21일까지 약 40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제13기 해외 및 16개 시-도 지역별회의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모처럼 국내 평통위원이 다 모이는 어려운 자리인 만큼, 이 귀한 자리가 통일정책과 대북정책 추진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을 염원하며, 이와 함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남북평화통일의 방향을 모색하는 소중한 전기가 마련되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