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설계대전 대상을 수상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혁

전국의 아마추어 도시설계가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역동적인 인천의 미래를 그려냈다. 구도심인 인천 내항과 제물포역은 그들의 손끝에서 활기넘치는 새로운 도시로 재탄생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개최한 '대학(원)생 인천도시설계대전'에 53개 대학 235개팀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도시설계대전은 내년에는 국제 공모전으로 격상된다. 주요 수상작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한 번 들여다 보자. <편집자 주>

>>대상 'Ex-port city'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자원과 숲이 울창한 월미산의 자연자원, 그리고 차이나타운 등의 시설자원, 항만의 산업자원은 인천 내항을 둘러싸고 위치해 있지만 연결점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항의 일부 기능이 이전되면서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생인 이혁, 이현덕씨가 공동 설계한 'Ex-port city'가 올해 인천도시설계대전에서 최고상인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내항을 만석부두 방향으로 뚫어 물길을 내는 파격적인 설계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 이현덕씨와 설계작 'Ex-port city'

내항의 워터프런트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인천 앞바다의 경관을 활용해 요트가 드나드는 수상 레저단지로 꾸몄다. 만석부두에서 이어지는 워터프런트의 기능을 인천 도심 생활의 일부로 끌어오기 위해 수영장과 보트장 등 다양한 친수공간을 제시했다.

도로와 철도로 단절된 중구 도심과 워터프런트 사이를 다리로 연결했다. 만석부두~월미성지구~북성동 구간은 복합 상업·업무지구로 워터프런트의 관문이 된다. 월미산~인천역~자유공원은 보행축으로 이어진다. 월미도~내항갑문~신포동~근대 건축물 밀집지역은 월미도 관광지구를 잇는 축으로 예술가 스튜디오와 상점 거리를 만들어 관광과 이벤트의 중심지로 조성했다.

인천 내항을 축제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중구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와 연계해 1년 365일 축제와 전시회, 공연이 이어지도록 제안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존의 내항과 분리시켜 만석부두 쪽으로 수로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높게 평가했다.

>>금상 '投影之港(투영지항)

"제물포는 이름에서 내포하고 있듯이 과거 인천항의 중심지였다. 과거 제물포항의 이미지를 투영해 도시의 정체성을 되돌려주려고 한다. 제물포항이 지녔던 활동성을 옮겨 도시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금상을 차지한 홍익대팀(김상헌, 서정기, 황승진, 김준형, 장유경)의 '投影之港(투영지항)'은 근대 제물포항의 공간과 이미지, 활동성을 분석해 제물포역사 일대를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과거 선박들로 넘쳐나던 제물포는 간척사업을 통해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제물포에 활력을 불어넣을 그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 '投影之港'은 경인전철을 주목한다. 전철은 도시활동의 강력한 축이기 때문. 그러나 제물포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전철은 제물포 일대를 남북으로 단절시키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동서남북을 잇는 방법으로 16 높이의 고가 철도가 제시됐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튜브 형태를 띠는 고가 철도의 아래 부분은 광장과 공원을 연계한 T자형 녹지축을 이룬다.

제물포의 첫 관문이자 새로운 랜드마크로 제시된 30층 높이의 게이트 타워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고안했다. 제물포 중심에 위치한 역사는 부두의 개념을 도입해 상층부에 보행과 자전거 통행,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고 그 아래는 자동차 통행이 이뤄지도록 입체적으로 설계했다.

제물포 역사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는 과거 항구의 활동적인 모습을 투영하기 위해 환승시설과 다양한 공공 편의시설을 조성했다.

>>금상 'Muse' 음악테마 휴식·레저·업무시설 배치

"인천이라는 장소에서 가장 크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바다이다. 수계의 흐름을 이미지화하고 인천역에서부터 녹지축과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연결해 대상지로 인구 유입이 원활하게 했다. 대상지 전체에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조지만, 박성재, 이왕우, 한송이씨가 참여한 경원대팀의 'Muse'는 '음악'을 소재로 도시를 디자인했다.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인천이 세계와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했다.

월미공원 동쪽에 위치한 6부두는 '안단테'(Andante)의 선율을 도입해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을 주는 숙박과 리조트 등 여가 레저시설을 배치했다. '비바체'(Vivace)는 7부두에 적용했다. 빠르고 경쾌한 느낌이 나도록 음악과 관련한 문화시설과 상업·업무시설로 채웠다. 휴식과 놀이가 공존하는 '아다지오'(Adagio) 공원은 차이나타운 등 근대 건축물 밀집지역과 워터프런트를 잇는다.

인천 내항을 가로지르는 보행동선과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수계축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높은 음자리표'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요 지점에 화려한 야간조명 시설을 설치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음악을 테마로 도시를 설계하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는 심사위원 전원의 평이다.

>>금상 'When Tourism meet their Daily life

"인천 내항은 수려한 워터프런트 공간이 내재된 곳으로 인천시민의 일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발돋움이 필요하다."

황가연 서울대 대학원생과 홍승석 경희대 학부생이 설계한 'When Tourism meet their Daily life(일상이 관광을 만날 때, 관광이 일상을 만날 때)'는 일상과 관광을 결합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인천 내항 진입부에 위치한 중심 상업지구 내에는 무릎 높이의 수심을 갖는 수변공간을 조성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 내항의 북쪽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실버타운, 주상복합 등의 주거환경을 마련했다. 그 주변에는 조정경기장과 야외수영장, 수변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전망언덕도 만들었다. 우체국과 차이나타운 등의 근대 건축물 밀집지역에서 내려오는 동선에는 게스트 하우스와 예술인 마을 등을 배치했다.

관광요소가 풍부한 주요 지점을 최단거리로 잇는 동선체계를 갖췄다. 인천역에서 인천 내항을 진입해 유람선 랜드마크를 지나 전망언덕과 실버타운을 연결하는 식이다. 내항 동남쪽에는 유람선 선착장, 마리나시설, 예술인 마을, 온실과 게스트 하우스, 철도공원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이디어 측면에서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무난한 스토리 전개와 세련된 표현능력이 돋보였다.

■ 인터뷰 / 김동기 인천도시개발공사장


"도시가 꿈을 향해 계속 숨을 쉬어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도 희망과 삶의 활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열린 시상식을 끝으로 '제2회 대학(원)생 인천도시설계대전'을 마무리한 김동기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행사지만 대학생들의 뜨거운 참가 열기를 접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 대학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설계대전은 건축물이나 조경을 주제로 하는 공모전과는 달리 광역단위의 개발 방향에 대해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명품도시 인천만들기'를 주제로 인천 내항 주변 워터프런트 개발과 제물포 역세권 도시재생 분야로 나눠 공모가 이뤄졌다.

김 사장은 "인천의 구도심을 공모 대상지역으로 정해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이 몰린 것도 또 하나의 성과"라며 "대학생들의 신선한 연구 성과를 인천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인천시청과 문학경기장 전시장에서 당선작을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설계대전은 내년에 국제 공모전으로 격상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국제 공모전으로 가면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외국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국내 학생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내년 제3회 대회는 국제적인 행사인 인천세계도시축전과 조화를 이뤄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