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0일 폐막식을 끝으로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올해 영화제의 특징을 '얌전함'과 '맥 빠짐'으로 표현한 한 영화인의 말처럼 올해 영화제는 별다른 사고없이 무난히 진행됐으며 상영작 역시 알차서 관객들의 호응은 높았지만 예년같은 대형 이벤트가 없어 축제 분위기는 덜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알찬 상영작ㆍ열광적인 관객 호응 = 역대 최다 상영작과 최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상영)이라는 영화제의 상차림에 관객들은 높은 좌석 점유율로 호응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역대 최다인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초청됐으며 이 중 월드 프리미어는 85편이나 됐으며 아시아 프리미어 역시 95편이었다. '루마니아 뉴웨이브',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의 회고전' 등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이처럼 풍성한 상영작은 높은 좌석 점유율로 이어졌다.
영화제 중반인 6일까지 개막 이후 닷새간 이미 전체 표(27만4천712장)의 61%인 16만7천566장이 판매됐으며 특히 밤샘 상영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패션' 섹션은 상영작이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영화제측은 개막작으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카자흐스탄 영화 '스탈린의 선물'을 고르는 모험을 걸었지만 관객들은 높은 호응을 보이며 프로그래머들의 선택에 지지를 보냈다.
영화제 초반 부산영화제를 찾은 영화팬 김상훈(34)씨는 "관람한 영화 5편 모두 평작 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들이었다"며 "집중해서 봐야하는 예술영화에서부터 편하게 볼 수 있는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게 부산영화제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 우에노 주리에서 타비아니까지… 부산을 빛낸 '스타' = 일본 스타 우에노 주리와 아야세 하루카, 카호 등이 한국 팬들을 만났으며 영화 '터미네이터4'의 문 블러드굿, 드라마 '히어로즈'의 제임스 카이슨 리, 영화 '디스터비아'의 애런 유 등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3명도 영화제를 찾았다.
장동건, 이연희, 신민아, 이병헌, 송혜교, 이미숙 등의 스타들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의 스타 송강호ㆍ이병헌ㆍ정우성은 '오픈 토크'를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 중 영화제 초반 가장 많은 환호를 모은 스타는 우에노 주리와 '놈놈놈'의 3인방이었다. 우에노 주리의 출연작 '구구는 고양이다'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객석 정원을 50여명 넘어선 300여명의 팬들이 몰렸으며 기자회견 역시 150명 가량의 취재진이 모였다.
4일 오후에 열린 '놈놈놈'의 오픈토크를 보려던 일본 여성팬들은 새벽부터 행사장 주변에 진을 쳤으며 행사가 시작되자 600여명의 관객들이 스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영화제에서 스타들에 대해 쏟아내는 환호는 예년보다 적은 편이었다. 작년에는 기무라 다쿠야, 강동원 같은 스타들이 부산을 뒤흔들었다.
◇ 잇단 악재에도 한층 매끄러워진 운영 = 충무로를 뒤덮은 최근의 불황 탓인지 영화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파티의 수는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었고 규모도 CJ엔터테인먼트 주최 행사를 제외하고는 작았다.
이는 마켓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낮술'(노영석),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김태식), '밀양'(이창동) 등의 해외 판매 소식이 있었지만 큰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일본 TBS의 영화 해외판매 담당인 다카마쓰 미유키씨는 "예년에 비해 마켓을 찾는 영화인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무래도 한국 영화 중 화제작이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흥행을 위협할 만한 요소들이 유난히 많았다. 개막식 날 오전에는 배우 최진실의 자살 소식이 들리며 일부 스타들이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중반 이후부터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려 사직 야구장으로 열기가 이동하기도 했다.
영화제 운영은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무난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제 3일째인 4일에는 '스카이 크롤러'(오시이 마모루)의 야외 상영 도중 정전이 발생해 56분간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등 영화제 관계자들이 신속하게 무대에 올라 사과를 하고 추가 상영을 마련하는 등 한층 나아진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한 한국영화 초청작의 프로듀서는 "올해 영화제의 프로그램이 좋은 것은 알겠지만 행사 진행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할 점도 많은 것 같다"며 "무난하고 안정된 영화제이기는 했지만 영화뿐 아니라 축제도 함께 즐기려고 했던 팬들이라면 실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