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살면 인천사람!'
'인천사람'의 정의(定義)가 바뀌고 있다. 이제 더이상 인천은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는 실향민의 도시가 아니다. '삶의 자리'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뿌리를 둔 전통적 애향심을 뛰어넘어 지역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제44회 시민의 날'을 맞아 그 현장을 들여다 보았다. <편집자 주>
"손자가 할아버지는 고향이 어디냐고 묻더군요. 그럴 때마다 황해도 해주라고 답해 주었습니다. 17살때 피란내려왔으니 50년 이상 해주를 고향으로 삼고 있었던 셈이지요. 인천이 먹여주고, 입혀주고, 손자까지 보게 해준 곳인데도 말입니다. 이제 돌아가서 손자들에게 할아버지의 말을 정정(訂正)한다고 하겠습니다."
(사)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운영하는 '인천사랑 지도자 아카데미' 17기 과정을 수료한 70대 노인은 분임토의 자리에서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항상 가슴을 짓눌렀던 정서적 실향을 극복해서인지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협의회의 이신철 사무처장은 "그 할아버지가 본적까지 인천으로 옮기겠다고 할때 주위가 숙연해졌다"며 "지금까지 2천500여명의 시민이 이 과정을 수료하면서 인천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료자들은 자발적으로 '인천 바로알기 동호회' 등 다양한 소모임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의 이성구 고문은 "인천사랑운동은 인천에 살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이 운동은 대도시 시민이 가야할 새로운 애향운동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인천애향총연합회'(회장·조성학)의 출범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 6월 발족해 현재 8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 단체의 모토는 '인천에 살면 인천사람'이다. 이같은 취지를 살려 당초 '인천향우회'란 이름으로 출발했다가 다른 향우회 명칭과의 혼선때문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토박이 뿐만 아니라 호남·영남·충청 사람 할 것 없이 인천에 산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모두가 잘 사는 인천을 만들자는 열정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3일 회원인 박현조 시인의 시집 '인천사람들'의 출간을 기념해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출범 취지를 살려 이날 대표시인 '인천사람들'은 호남 출신 회원이, '부두의 꿈'은 충청도 출신 회원이, '개구리는 혼자 울지 않는다'는 경기도 출신 회원이 각각 낭송한다. 이날 수익금은 장학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 인천은 그동안 학연·지연과 맞물려 애향의 볼모지, 정체성이 없는 도시로 알려져 왔다. 다양성의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 이같은 시도들이 인천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