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장)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리고, 지구촌 곳곳에 홍수가 범람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이상기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처럼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그만큼 지구가 온난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들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충청, 강원지역으로 북상했고, 제주도 앞바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난류어종인 '자리돔'이 울릉도에서 잡히는가 하면 아열대성 병해충들이 산림과 농작물에 돌발적 피해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증상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을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이후 최근 수십 년 사이의 온도변화가 산업혁명 이전 2만년동안 온도변화보다도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과 협약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도 지난 8·15광복 60주년 경축 행사 때 대통령이 국가 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였고, 국민들 또한 대부분이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작게는 내 자신이 쓰는 에너지의 효율성에서부터 국가의 산업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방법에는 이처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방법으로는 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담아 놓는 방법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의 형태로 탄소를 체내에 저장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저장된 물질은 생활에 필요한 목재로 이용하게 되어 우리는 나무로부터 1석3조의 혜택을 얻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6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세계 10위권의 배출국이다.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국가로 진입하게 되는 급박한 현실 속에서 산림은 탄소흡수 원으로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650만 ha로 연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흡수 저장할 수 있다. 매년 나무의 성장에 비례하여 흡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방치된 산림에서는 오히려 흡수 능력이 감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숲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고, 경영할 경우 탄소흡수 능력을 30%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숲 가꾸기가 잘 된 산림에서는 나무의 생장이 더 왕성해지고 숲이 갖는 생명력의 입체적 공간이 확장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때문에 지구상에는 육지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산림이 있지만 지난해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면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면서 2천만㏊의 산림을 조성하기로 선언하는 등 산림의 중요성을 세인들에게 주지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기위해 다양한 산림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어 가기위해서 산업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필요한 조건이지만 충분한 조건은 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자연의 몫이기 때문이다.

산림은 살아 숨쉬는 생명자원이다. 우리의 관심과 과학적인 경영방식이 잘 접목될 때 산림은 더 활력을 갖고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근원으로서 미래의 소중한 산림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