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었어요.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에도 '내 옷이구나' 했고, 몸에 꼭 맞으니 연기하는 동안에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영화 데뷔 10년째, 혜원 신윤복을 재조명한 영화 '미인도'(감독 전윤수)로 돌아온 배우 김민선(29)은 "아직 윤복이가 가슴에 남아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하더니 영화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차분한 태도와 침착하고 조근조근한 말투에서 아직 배역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게 실감났다.

   "연기하면서 윤복이를 통해 김민선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가슴에 담아뒀던 감정들을 모두 꺼내볼 수 있었죠. 지금도 아역배우들 나오는 장면만 봐도 가슴이 아파요."

   '미인도'는 화가 집안의 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기대를 받던 오빠가 숨진 뒤 그 삶을 대신 살게 된 신윤복이 스승 김홍도(김영호 분), 첫사랑 강무(김남길), 기녀 설화(추자현)와 인연이 얽히면서 여자로서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민선은 '미인도'에 대해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뜻한 사랑뿐 아니라 처연한 사랑, 매혹적인 사랑,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 엇갈리는 사랑까지 여러 모습의 모두 담긴 영화예요. 여자의 심리도 잘 그리고 있죠"

   그는 '미인도'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촬영을 위해 10여 차례 레슨을 받았지만 그림에 재미가 들려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에 촬영하러 가서 처음으로 붓을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일단 해보라고 시키시더군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그렸는데 그때 합격점을 받았어요"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자평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봐도 조금은 잘 그린 것 같아요"라고 답하며 크게 웃었다.

   촬영 현장이 즐거웠더라도 남장 연기는 쉽지 않았을 테지만 김민선은 그 역시도 좋은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어떤 형식에 한정되지 않은 역은 좋은 기회잖아요. 그동안 보여준 연기와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사극이라는 점, 남장을 해야한다는 점 모두 쉽지 않기에 도전할 만했어요"

   인터뷰에 동석한 영화사 관계자는 "남장을 하고 남자들 틈에서 연기하는데 오히려 여성스러운 선이 살아나더라"고 귀띔했다.

   첫사랑을 만나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역할인 터라 어느 정도의 노출신도 피할 수 없었다. 아직 시사회도 열리지 않았지만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미인도'라는 단어 뒤에 '노출'이 함께 따라붙어 인기 검색어로 떠오를 정도로 베드신이 화제가 됐다.

   "여배우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윤복이의 삶 속에서 그런 부분도 있는 것이니 중요한 장면이었죠. 감각적이고 슬픈 정서가 잘 담긴 것 같아요."

   그는 '미인도'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올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울 당시 수입에 반대하는 직설적인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김민선은 "개인으로서 한 말이고 그에 대해 개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데는 자신 있다"면서도 "지금은 개인이 아닌 '미인도'라는 단체에 속해 있으니 그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할 말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저로 인해 혹시 '미인도' 팀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영화가 모두 끝난 뒤에 얘기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끝내면서 내달 13일 '미인도' 개봉을 앞두고 관객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요청하자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정말 좋은 영화이니 일단 보러 와달라"고 당부했다.

   "한번 보고 나면 그걸로 끝인 영화가 있잖아요. 하지만 '미인도'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남을만한 작품이라는 자신감이 들어요. 안 보시면 후회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