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아흔아홉섬 가진 부자가 한섬밖에 없는 가난한 이웃집 재산을 탐낸다"는 말이 있다. 부자일수록 더 많이 갖고싶어 하는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이들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를 일러 흔히 놀부심보라고들 한다. 근동에 소문이 자자한 갑부이면서도, 끼니조차 못 잇는 가난한 동생 흥부네집 부지깽이 하나라도 더 빼앗아오곤 하던 놀부 말이다.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탈법적 행태를 계기로 '쌀 직불금' 부정수령이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직불금을 타간 사람이 17만~28만명이나 되고, 그 중엔 공무원이 4만여명이나 되는데다 고위 공직자도 무려 100여명 포함됐다 해서다. 쌀 직불금은 쌀 농사를 짓는 농민의 소득을 일정수준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다. 당연히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만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사뭇 여유로운 부재지주들이, 더구나 고위 공직자들까지 어려운 농민들의 몫을 빼먹어온 것이다. 말 그대로 놀부심보에 다름 아니다. "염치없는 그들의 명단을 공개하라" "엄중하게 처벌하라"는 주장들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남의 몫 가로챌 때는 자못 흐뭇했을지 모르나, 아마도 지금쯤은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문득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소개된 내용이 떠오른다. 조선 중기 당파싸움으로 참화를 겪은 어느 집안 선비들이 후손들에게 제시한 삶의 여덟가지 지침, 즉 팔약조(八約條)라는 게 3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벼슬하면 같은 마음으로 임금을 섬긴다" "사사로운 곳에서 공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는 등 여덟가지 지침 중에 특히 다음과 같은 말이 눈에 띈다. "벼슬하고 있을 때는 땅이나 밭을 사지 않는다." 지금 바늘방석에 앉아 마음 졸이는 사람들,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걸"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박 건 영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