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은 역사·문화자원의 콘텐츠화에 성공한 사례로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꼭 한번 갈 만한 곳이다. 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능행차 연시도 체험할 겸 지난 11일 '역사와 문화콘텐츠' 수강생들과 함께 수원화성문화제를 찾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가 대혼란에 직면한 상태지만, 개·폐막식 행사장으로 새롭게 단장한 화성행궁 앞 광장과 수원종로거리는 일상을 벗어난 시민들로 가득 찼다.
마침 이날 시민행복축제도 동시에 열렸다. 화성 모양의 무궤도 차에 올라 불끈 손을 쥔 수원시장의 모습은 자랑스러웠고 '해피 수원'을 연호하는 행렬 중 수원시민이나 이를 지켜보는 연도의 수원시민이나 모두 행복축제를 만끽하는 듯했다. 국내외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 또한 행복한 수원을 축하할 만했다. 그러나 이날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온 히메지한글연구회 회원 일행은 결코 해피(행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2004년부터 히메지한글연구회 회원 일행은 수원화성문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매년 10월 두 번째 금요일에 수원을 찾아와 개막식부터 참석했다. 금년에도 30명이 10일 도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축제가 목요일에 시작하는 바람에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 까닭을 연구회의 회계인 마루오 나오미(丸美直美) 여사는 독도문제로 인한 한·일 정부 간의 갈등 때문으로 돌렸다. 수원시와 히메지시 간의 교류가 중단되어 바뀐 일정을 몰랐던 것이다.
소바(메밀국수) 장인이자 히메지한글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야마시타 요시노부(山下義宣) 회장에게는 더더욱 아쉬운 2008 화성문화제였다. 작년에 그는 한중일 등 국제자매도시 음식문화축제에서 소바를 만들어 수원시민들에게 대접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일본의 자매도시(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아예 초대받지도 못했다. 그 또한 이번에는 자신의 소바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독도문제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수원이 깨끗해지고 화성문화제도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그의 수원화성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다시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주장한 일본정부의 처사는 한국정부뿐만 아니라 한국민 모두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렇다고 '한중일 등 국제자매도시 음식문화축제'에 일본을 초청하지 않은 수원시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민행복축제에 국제결혼 일본인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고 '뱃노래'를 부른 것과 대조가 된다. 한·영·일·중어 4개 언어로 사이트까지 개설한 수원화성이 '글로컬 수원'이 되려면 화성문화제를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는 한편, 비정부 차원에서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NGO 간 교류를 확대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