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업체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위기 등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걱정이 태산이다.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알짜'로 꼽히는 청라지구까지 이달에 청약 미달사태를 빚으면서 건설업계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내년으로 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업성이 높아 인기를 모았던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상업용지는 최근 경쟁 입찰에서 무더기로 유찰되고 있다.

■ 경기 불황에 분양 앞둔 건설업계 울상

청라지구에서 다음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표정이 어둡다. 집값 하락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수도권 인기지역에 해당되는 청라지구에서, 그것도 수요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까지 청약 1순위에서 잇따라 미달사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원건설의 '힐데스하임'이 지난 10일까지 실시한 청약 1·2순위 모집에서 1천224가구 중 936건이 접수, 288가구가 미달되는 등 전반적으로 성적이 저조하다.

다음달 청약 접수에 들어갈 광명주택의 한 관계자는 "IMF 당시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며 "학교 설립 문제로 분양이 계속 지연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금 이자를 갚느라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났더니 이제는 경기 악화로 인기지역인 청라지구에서도 미분양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6월 청라지구에서 평균 6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호반건설의 한 관계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지만 지금의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 전에 공급된 다른 아파트보다 분양가를 저렴하게 해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라지구에 다음달 공급될 아파트는 A20블록 '호반베르디움' 620가구(114㎡)와 A15블록 '광명샤인빌' 263가구(107~110㎡) 등으로 현재 분양가 심의가 진행 중이다.

■ 일단 내년으로 미뤄 보자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 내 주상복합 '더샵 센트럴파크Ⅲ'의 분양을 내년 이후로 늦췄다. 분양가상한제의 건축비 아래서는 센트럴파크Ⅰ과 Ⅱ에 이어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설계, 건축이 불가능한 데다 얼어붙은 최근 경기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HOK사와 (주)동일건축이 '회오리형'으로 디자인한 센트럴파크Ⅲ는 당초 올해 하반기 분양을 마치고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금융 위기까지 겹쳐 솔직히 분양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센트럴파크Ⅲ는 내년 첫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상업용지도 인기 시들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상업·근린생활시설 용지가 건설업체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지난달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일반상업용지 2필지와 준주거용지 29필지 등 모두 31필지 6만㎡를 매각하기 위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한 결과 준주거용지 1필지만 낙찰되고 나머지는 모두 유찰됐다. 이 지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연장구간 역세권에 속한다.

영종하늘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토지공사 청라영종사업본부가 공급한 영종하늘도시 내 상업용지 44필지(492~ 3천69㎡)는 6필지, 근린생활시설용지 31필지(3천236㎡ ~4천774㎡)는 4개필지만 낙찰되는 결과가 나왔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지난 7~8월 매각 공고가 나가기 전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다면 유보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재입찰 시기를 아직 결정짓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