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하마'라고 했던가. 물 대신 한도 끝도 없이 '세금만 먹어대는 하마'라면, 가장 먼저 수많은 공기업들을 떠올리게 된다. 거의 예외없이 적자를 내와 엄청난 정부지원금을 펑펑 받아 쓰면서도 항상 잔칫집마냥 흥청대는 곳, 그래서 '신의 직장'이니 '황금 밥통'이니 비아냥을 받는 곳들이다. 부채가 자그마치 40조원에 달하는데도 최근 3년간 임직원 복지후생비로 710억원이나 지출한 대한주택공사, 절실히 필요한 중소기업 수출지원비 등은 마구 깎아내리면서도 4년간 임직원 성과급으로 무려 400억원이나 써댄 코트라가 있다. 그런가 하면 3년간 1조원대의 누적 적자금을 기록한 코레일은 4년간 6천25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밖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숱한 공기업들이 적자행진을 하면서도 흥청대온 게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이 안되고 있다. 기껏해야 솜방망이 처벌에 감독 또한 제대로 못 이뤄지고 있다. 그 사이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금만 쏟아부어왔고, 그게 모두 국민 혈세로 충당돼 왔다.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세금먹는 하마'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인다면서 걸핏하면 이중 삼중으로 용역계약을 남발, 예산을 낭비한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수천억원씩 들여가며 호화청사 짓기에 바쁘다. 심지어 어느 한 시에선 겨우 700여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할 청사를, 공무원 1만여명이 넘는 서울시청보다도 940억원이나 더 많은 3천200여억원을 들여 새로 짓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2000년 이후 신축했거나 현재 짓고있는 지자체 청사는 모두 40군데로, 사업비가 무려 2조6천여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40곳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31.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새다 새다못해 이젠 쌀농사 농민에게 돌아가야할 쌀소득보전 직불금마저 엉뚱한 사람들 주머니로 새나갔다. 2006년 쌀 직불금 부정수령자가 무려 17만여명이고, 그 액수는 자그마치 1천683억원이다. 2007년 부정수령자는 12만명이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돼 매년 1천억원이 넘는 혈세가 새나가는 셈이라고도 한다. 오죽 관리가 허술했으면 그럴까 싶다. 게다가 지난해엔 감사원이 적발하고도 쉬쉬하면서 부정수령자 명단까지 폐기했다 한다.
줄줄 흘리는 혈세가 어디 그것들 뿐일까. 감사원이 지난 5년간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한 게 무려 8천여건이고, 그 중 심각한 200건만 추려도 그 금액이 자그마치 10조6천억원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국민의 피와 땀이 이처럼 덧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수년간 경기침체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우리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맬대로 매고도 거액의 빚더미에 깔려있다. 해마다 부채가 늘어나 지금 우리 국민의 개인 금융부채가 780조7천억원이나 된다. 1인당 1천600만원꼴이다. 그런데도 세금은 해마다 늘어 1990년 이후 15년간 1인당 세부담이 무려 3.6배나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증가속도라 한다. 하긴 엄청나게 새나가는 돈을 메우자면 혈세를 짜낼 수밖에 더 있겠는가 싶긴하다. 게다가 나라빚마저 갈수록 늘어나 298조9천억원이나 된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거둔 세금 제대로만 잘 썼어도 이렇게까진 안됐겠건만, 엉뚱한데 마냥 퍼대면서 애꿎은 국민 피 땀만 우려낸 셈이 됐다. 이러다 나라고 국민이고 영영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도덕성 회복이니 제도 개선이니 엄정한 처벌이니 하는 식상한 말들, 더 이상 되풀이하기도 지쳤다. 그저 새는 동이 땜질이나마 제때 제 때 해줘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