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지우려 해도 흔적은 남는다'.
4일은 '제60회 과학수사의 날'이다. 폭력, 강력 등 범인을 직접 검거하는 부서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하던 과학수사팀(CSI)이 첨단장비와 전문인력을 갖추며 새롭게 무장하고 있다.
3일 찾은 인천 서부경찰서 다기능 현장 증거 분석실. 지난달 28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사무실 내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첨단장비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증거물 바코드 시스템에서부터 최신 지문인식시스템(AFIS)까지, 전에는 경찰청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나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장비들이 일선 경찰서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만 연수, 계양, 삼산경찰서 등에서 이런 다기능 현장 증거 분석실이 문을 열었다.
"많이 좋아졌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압수한 증거품들이 습기에 썩고 창고 한 쪽에 먼지만 쌓인 채 방치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장비가 좋아지고 전문인력이 보강되다 보니 범인 검거율도 자연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서부경찰서 김동진 과학수사팀장은 과거 감식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학수사팀이 규모나 장비 면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서부경찰서에 새로 도입된 증거물 바코드 시스템은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리할 수 있는 최신 장비다. 증거품의 종류에서부터 감식 결과까지 모니터를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밖에 증거분석실의 온도를 최적화시켜 주는 항온·항습 장비는 물론 수천만명의 지문이 전산화돼 있는 지문인식시스템(AFIS)까지 과거에는 일선 경찰서에서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던 장비들이 도입됐다.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첨단수사장비가 동네 경찰서 안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김 팀장은 "올 한 해만 서부경찰서에서 지문과 족적으로만 24건의 범죄를 과학수사팀이 해결했다"며 "앞으로 경찰 내부에서 과학수사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